[김정은 10년]③10년 만에 공고화된 '최측근'..백두혈통도 전면에

양은하 기자 2021. 12.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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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 숙청·공포 정치..장성택 처형·김정남 '암살'
최룡해·조용원·김여정 '김정은 인사'로 떠올라

[편집자주]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11년 12월 선대인 김정일의 사망과 동시에 28세의 나이로 최고지도자가 됐다. 올해는 그가 집권 10년을 맞는 해다. 젊은 지도자에서 북한의 '수령'이 된 김정은과 북한의 10년을 정리한다.

2011년 12월에 진행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모습.(YTN 갈무리)© News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눈이 내린 지난 2011년 12월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아버지뻘의 간부들과 운구차를 호위했다.

새 최고지도자의 등장을 알리는 상징적인 순간에 아버지의 최측근들에 둘러싸인 젊은 김정은의 모습은 북한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점치기에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집권 10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옆에는 당시의 '운구차 7인방'은 사라지고, 공고화된 권력만큼 선명한 '김정은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이 취약한 권력 기반을 단단히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반복된 해임과 복권, 잔인한 숙청으로 대변되는 '공포 정치'였다.

김정은은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아버지의 총애를 받던 리영호 당시 군 총참모장을 시작으로 고모부 장성택과 이영호 총참모장이 처형됐다. 권력 핵심이었던 '운구차 7인방'은 이렇게 김정은 집권 5년여 만에 제각기 이유로 사라졌다.

이들의 자리를 대신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새 얼굴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이들 역시 대체로 오래가지 못했다.

수시로 반복되는 인선은 외부에 불안한 인상을 줬다. 아버지의 '선군(先軍)정치'에서 당 중심으로 통치 구조를 되돌리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방식이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젊은 지도자의 판단력 부족'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집권 6년 차이던 지난 2017년 그의 이복형이자 한때 북한의 후계자로 유력시됐던 김정남의 사망이었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국에 살던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됐다. 북한은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맞아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여정 당 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리설주 여사,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집권 10년을 맞이하는 지금은 김정은의 '측근 그룹'이 비교적 선명해진 상태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김여정 당 부부장으로 대표되는 '김정은의 인사'들이 대내외 사안에 주도권을 잡고 있다.

올해 71세의 최룡해는 세대교체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권력 공식 서열 2인자로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항일 빨치산 혁명 1세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라는 출신 배경과 실무 능력을 갖춘 그는 젊은 지도자를 보좌하면서도 균형을 맞추며 유일통치를 위한 체제 안정화에 역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용원은 김정은 시대 가장 급부상한 인물로, 공식서열을 뛰어넘는 '최측근'으로 여겨진다. 2014년부터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그는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간부이기도 하다.

국내 일정뿐 아니라 지난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도 동행해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정은의 그림자', '비선 실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측근 중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은 동생 김여정이다. 김여정은 김정은 집권 초반 '보좌' 역할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특사로 방한한 이후부터 대남·대외 사안에도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공식 직함은 당 부부장이지만, 대남, 대미를 향한 담화를 본인의 이름으로 발표하는가 하면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한다"라고 밝히는 등 점차 국정 운영의 전반에 더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입성하기도 했다.

이는 김정일의 동생인 김경희의 행보와 비교해도 훨씬 광폭의 행보라는 평가다. 김경희는 당 경공업부장 등 고위직을 맡고 '비선 실세'의 강력한 이미지를 풍겼으나 선전선동부, 조직지도부 등 핵심 부서에는 입성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는 국가 운영 전면에 나섰던 적이 없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되고 권력 기반이 강화될수록 큰 틀에서는 원칙과 시스템에 기반한 결정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백두혈통'까지 최측근 그룹에 포함된 만큼 이들의 권력은 한동안 견고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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