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이어 수도권·광역시까지.. 흔해지는 고급 브랜드 아파트

김송이 기자 2021. 12.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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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만 사용하던 고급 브랜드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강북에 이어,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서도 고급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아크로포레스트 / DL이앤씨 제공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 호계온천지구 재개발에 DL이앤씨의 ‘아크로’ 브랜드가 적용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최근 호계온천지구 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조합원들의 결의를 통해 브랜드 변경을 결정할 경우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당사가 제안한 공사계약금액 변경 및 관련 사업계획 변경, 공사기간 변경이 전제로 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월 호계온천지구 조합은 DL이앤씨에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일반분양가 재심사를 요청해 3.3㎡(1평) 당 2800만원 이상을 심사받으면 원안대로 e편한세상을, 2800만원 미만을 받으면 후분양을 추진하되 아크로를 적용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DL이앤씨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호계온천지구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조만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3.3㎡당 2000만원 중반대로 예상된다”면서 “2800만원 미만으로 나오면, DL이앤씨와 협의한 대로 이르면 다음달 초 조합원 총회를 열어 아크로 적용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 총회에서 아크로 적용이 결정되면, 호계온천지구는 경기 최초 아크로 단지가 된다. 그동안 아크로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아크로리버뷰,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주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핸 등 핵심 지역에만 쓰였다. 비(非) 서울 지역으로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에 처음으로 아크로가 적용됐다.

지방 아크로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DL이앤씨가 대구 수성1지구 재개발 조합에 아크로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수성1지구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입찰이 진행 중이지만,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와 현대건설, GS건설 등 8곳이 왔었다”면서 “현장설명회에 온 건설사 중 고급 브랜드를 제안한 건설사는 아직까지 DL이앤씨 뿐”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 에이치’,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각사 제공

건설사들이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출시한 건 2015년부터다. 현대건설은 2015년 ‘디 에이치’를 출시했다. DL이앤씨는 2016년 아크로리버파크를 준공하고 아크로를 고급 브랜드로 쓰기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2017년 ‘푸르지오 써밋’을 내놓았고, 롯데건설도 2019년 ‘르엘’을 출시했다.

서울 핵심지에서나 볼 수 있던 고급 브랜드의 반경이 넓어진 건 올해부터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수주전에 아크로와 르엘이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대우건설은 성동구 행당7구역, 동작구 노량진5구역에 ‘써밋’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7월 재건축 조합을 설립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아파트에는 아크로, 디에이치, 써밋이 등장했다.

고급 브랜드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적용을 둘러싼 갈등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앞서 중구 신당8구역, 광주 서천동 등은 DL이앤씨와 아크로 적용여부를 두고, 동작구 흑석9구역은 롯데건설과 고급 브랜드(르엘) 적용을 놓고 마찰이 일어난 바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를 이원화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갈등은 예고됐다”면서 “누구나 일반 브랜드보다는 고급 브랜드를 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강남권에서도 고급 브랜드가 적용되는 것을 보고 이를 요구하는 정비사업장은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 자체도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권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으로 내놓은 것인데, 강북이나 지방에서 당장의 수주를 위해 고급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그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비강남에서 사용되는 고급 브랜드를 갖고 앞으로 강남권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어려워져 또다른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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