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총리 "청소년 목숨 담보로 잡을 수는 없어"

박광연 기자 2021. 12. 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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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부겸 국무총리(가운데)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축질병 방역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논란이 일고 있는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방역패스 추진에 대해 11일 “정부가 욕 좀 덜 먹자고 우리 청소년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정부 대응을 두고 제기되는 각종 의문들에 상세한 설명을 내놨다.

김 총리는 이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솔직히 욕 안먹고 안하면 속 편한 일이라는 것을 관계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 앞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총리는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청소년도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라며 “그 안전성의 차이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그렇다면 ‘내 아이가 아무런 부작용 없이 100% 안전하다는 말이냐’에 대해 솔직히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것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아무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신 분명히 반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청소년 백신 접종의 부작용은 사례와 정도에서 극히 낮고,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또 “방역 패스가 사실상 강제접종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렇지 않다”며 “원칙은 어르신들과 마찬가지다. 백신을 맞지 않고 위험한 곳에 가면 본인이 가장 위험하다. 그래서 미접종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가장 먼저 코로나 접종을 하셨던 60대 이상 고령자들의 항체가 우리가 생각했던 6개월보다 빨리 떨어졌다”며 이를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김 총리는 “대응 전술을 바꾸되 앞으로 계속 나가기로 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60대 이상에 대한 최대한 빠른 추가접종”이라고 밝혔다. 400만여명의 백신 미접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역패스 시행, 청소년 백신 접종과 방역패스 시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병상 확보율이 유동적인 것과 관련해 “매일 매시간 유동적인 코로나 환자수에 맞춰 뒤쪽 공간의 여유 병상을 적절히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어떤 분들은 ‘코로나 확진자수가 2만명, 3만명 될지 모르니 지금 그 병상을 다 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왜 그렇게 안하고 싶겠나”라며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입원이 필요한 일반 질병 환자분들이 갈 곳이 부족하다. 그렇게 병상을 비워두고 기다릴만큼 우리 의료체계가 평소에도 여유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방역기준이 불분명한 데 대해서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변화된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빈틈을 교묘하게 공략해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료진의 피로도, 보건소 역량, 경제지표, 사람들의 행동패턴과 이동량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그래서 딱 부러지게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총리는 “어떤 분들은 아예 딱 몇주 봉쇄하자고 한다. 정 필요하면 그럴 수도 있다”며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융단폭격이다.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지금 이 코로나 전선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우리 국민이 한데 엉켜있다”며 “코로나 확진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한 국민이다. 시원하게 코로나 잡자고, 우리 국민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총리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 그러나 국민만 앞세우지 않겠다”며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함께 가십시다. 이 길이 우리가 함께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총리 SNS 글 전문.

많은 국민께서 지금의 방역 상황에 대해 많이 우려도 하고, 답답하고 궁금하신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동안 중대본 모두말씀, 몇 번의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께 말씀을 드렸지만,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왜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언론과 국민들의 비판도 맞는 지적이십니다. 충분히 길게, 알기 쉽게 설명 드릴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보다 쉽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자주 설명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sns를 통해 솔직한 상황과 고민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갔는데, 그 이전보다 더 이렇게 힘이 들고 불안하냐?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비유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올해 10월까지는 우리가 코로나에 포위를 당한 상황에서, 안쪽에서 방어전을 했습니다.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생전 처음 보는 적이라 대응하기가 어려운데, 전파력과 치명력은 너무 강했습니다. 그래서 위기 때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어벽을 쳤고, 크게 4번 정도 뚫릴 뻔한 위험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눈물겨운 희생과 협력으로 잘 버텨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적을 좀 파악하게 됐습니다. 백신이라는 방패도 생겼습니다. 조금 있으면 치료제라는 무기도 우리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어차피 이 방어진지 안에 한없이 머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한 숫자의 국민들에게 방패가 주어지는 적절한 시기에, 코로나의 포위를 뚫고 일상회복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올해 초부터 국민들께 약속한 시나리오 입니다.

아마 우리가 지금도 거리두기라는 방어진 안에만 계속 머물렀다면, 분명히 훨씬 낮은 확진자 수를 보이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안에서 계속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포위된 진지 안에서 꼼짝 못하고 있으면 먹을 것이 당연히 떨어지겠지요. 그 고통을 견딘 분들이 바로 우리 소상공인 자영업자 분들입니다. 우리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이분들이 희생하면서 버틴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없이 그럴 수는 없지요. 감염된 분들에 대한 치료법도, 작년에 코로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2차 접종률을 통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패를 들었기 때문에, 계속 숨어있기 보다는 나아갈 때가 된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런 결론을 통해서 우리는 방어벽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스크와 방역수칙이라는 갑옷을 입고, 백신이라는 방패를 들고 있지만, 어쨌거나 안전한 진지 안에만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더 많은 감염자가 나올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고, 대신 치명률이 낮다는 계산을 하고 일상회복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측과 다르게 확진자 중에서 위중증이 많이 나와서 큰일 아닌가?

솔직히 그렇습니다. 정부는 당초 확진자 수가 늘어나더라도 위중증 비율이 높지 않으면 일상회복으로 계속 갈만하다고 보았습니다. 일부에서 확진자 숫자의 증가를 경마식으로 보도해서 위기감을 조성했지만, 사실 그 속도는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었습니다. 일일 확진자 수 5천명에 도달하는데 정확히 한 달이 걸렸습니다. 이 정도 속도면 충분히 감당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도중에, 분명히 방패를 들고 있는 분들 중에서 비교적 높은 확진률, 치명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들고 있던 방패에 금이 가 있었다고 할까요. 가장 먼저 코로나 접종을 하셨던 60대 이상 고령자들의 항체가 우리가 생각했던 6개월보다 빨리 떨어진 것입니다. 3개월여 밖에 안 지났는데 항체가 떨어진 분들도 있었습니다. 해외 사례와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쳤을 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던, 돌발 상황이 어쨌든 생긴 것입니다.

국민들께 말씀드린 것처럼, 코로나 방역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단계적 일상회복도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다 완벽하게 예측 가능했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가야하는 길이었고 최선을 다해서 돌발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시작한 길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가?

먼저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은, 한달 간 해온 전진을 포기하고 다시 뒤로 돌아서 방어벽 안으로 후퇴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대안들을 찾아나가면서 앞으로 계속 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상회복위원회의 방역전문가들, 경제전문가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또 토론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할 대안을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린 결론은, ‘그렇다’였고, 그래서 대응 전술을 바꾸되 앞으로 계속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문제는 정확하게 파악이 됐기 때문에, 대응 방식은 분명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60대 이상에 대한 최대한 빠른 추가접종이었습니다. 현재의 대응책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낡은 방패를 빨리 새로운 방패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이 들고 있는 방패는 겉으로만 멀쩡해 보이지, 실제로는 코로나의 공격을 막을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이분들에게 추가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서, 행안부와 복지부를 중심으로 전부처가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 낡은 방패를 들고 있는 분들과 함께, 약 400만 명이 넘는 미접종자 분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방역패스 였습니다. 방역패스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코로나 라는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곳이기 때문에, 항체(방패)가 없는 분들은 그곳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적어도 새로운 방패를 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방역패스는 다른 누구보다 바로 이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세번째는 청소년들에게도 방패를 들게 하는 것입니다. 대규모 미접종 집단, 바로 청소년에서 확진율이 급증하고, 치명적 사례도 어른에 비해서는 낮지만 분명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백신접종의 효과는 청소년 내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비교대조군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접종이 거의 완료된 고3 수험생과 2학년에서는 확진율과 치명율이 매우 낮습니다. 반면 그 이하에서는 둘 다 무섭게 지표가 치고 올라옵니다. 청소년 접종이 필요한 이유는 확실합니다.

-그래도 청소년 접종은 겁난다. 방역 패스는 강제접종 아니냐?

청소년 접종과 방역패스에 대해서 논란이 있습니다. 정부가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고심과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솔직히 욕 안 먹고, 안 하면 속 편한 일이라는 것을 관계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 앞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가 욕 좀 덜 먹자고, 우리 청소년들의 목숨을 담보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청소년도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그 안전성의 차이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십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그렇게 많다면 아마도 가장 민감한 고3 수험생 중에서 백신접종으로 많은 불만이 있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학생과 학부형께서 접종을 필요성을 인정하고 차분하게 수용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고3 학생들은 일상회복 단계에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아무런 부작용 없이 100% 안전하다는 말이냐? 여기에 대해 솔직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것에 대해서는 저 뿐만 아니라 아무도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분명히 반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청소년 백신 접종의 부작용은 사례와 정도에서 극히 낮고,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방역 패스가 사실상 강제접종 아니냐고 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원칙은 어르신들과 마찬가지 입니다. 백신을 맞지 않고 위험한 곳에 가면 본인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래서 미접종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설사 본인이 위험을 감수한다 해도 타인에게 위험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낡은 방패를 들고 있는 천만 명이 넘는 우리 어르신들에게 청소년이 옮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백신 접종을 안 할 수는 있지만, 대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른과 아이를 떠나서 본인과 우리 공동체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입니다.

-병상 확보율이 왜 이렇게 왔다갔다 하느냐, 불안하다.

방어벽 밖으로 처음 나오면서 확진자나 위중증자가 많아질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방역 인력과 병상 등, 의료체계가 그분들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병상 확보 체계는 딱 고정되어 있지 않고, 밀물과 썰물처럼 움직이는 유동적 체계 하에 있습니다. 확진자와 위중증이 많아지면 그 밀물을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뒤쪽에 더 넓은 공간(병상)을 확보합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기미가 보이면 또 그 부분을 줄입니다. 우리 의료 체계가 코로나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상적인 질병도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매일, 매시간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병상확보율이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100% 넘어서도 안 되겠지만, 50~60%에 계속 머무른다고 하는 것도, 안정성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다른 질병의 환자들을 생각하면 꼭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무조건 수천 병상을 미리 확보해놓고 가만히 기다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그러나 평소에도 병원에 가보시면 알지만, 우리 의료체계는 압도적으로 민간의료 체계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시장수요에 의해 병상수가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수천병상이 어디서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밀물 썰물은 일정한 시간에 따라 움직이면 좋겠지만, 코로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매시간 유동적인 코로나 환자 수에 맞춰서 뒤쪽 공간의 여유 병상을 적절하게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정부는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행정 명령을 통해 확보한 병상을 포함해서 중증전담 병상 1270개, 감염 전담 병상 1만 2천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병상 가동률은 전 부문에서 70%대를 아직 유지하고 있고, 수도권도 80%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남양주 한양병원, 광진구 혜민병원, 인천 뉴성민 병원 등이 병원 전체의 수백 병상을 모두 코로나 환자 치료에 내놓아 주셔서 큰힘이 되었습니다. 행정명령으로 확보한 병상이라도 필요한 공사에 며칠이 소요되지만, 이렇게 병원과 의료진 전체를 내어주시는 분들의 협조는, 지금처럼 급할 때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어떤 분들은 코로나 확진자 수가 2만명, 3만명 될지 모르니, 지금 그 병상을 다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그렇게 안하고 싶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입원이 필요한 일반 질병 환자분들이 갈 곳이 부족합니다. 그렇게 병상을 비워두고 기다릴만큼 우리 의료체계가 평소에도 여유롭지 않습니다. 병원에 가보면 아시지 않습니까? 어느 병원이 병상을 20-30%씩 비워놓고 환자를 기다리겠습니까? 이것은 병원의 수익성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제 우리가 가진 병상의 수가 그만큼이라는 것도 의미합니다.

‘아예 근본적으로 정부 비축물량처럼 이런 비상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여유병상이 있어야 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시장 논리에만 움직이지 않는 공공병원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의료에서는 효율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공공의료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 좋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방역기준이 왔다갔다 하느냐, 딱 부러지게 기준을 정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해라.

저희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합니다. 딱 부러진 기준이 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정부는 방어벽 밖으로 나오기로 결정하면서 여러 차례 검토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과 수치가 예측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군사작전에서도 말 그대로 상황실(situation room)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나리오는 분명히 있지만,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변화된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빈틈을 교묘하게 공략해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진을 계속하더라도, 자주 필요한대로 속도도 변화 시켜야 하고, 10명 대형으로 가다가 잠시 6명 대형으로 바꾸기도 하고 그래야 합니다.

우선 방역 강화나 완화의 기준을 딱 정해주면, 국민들이 편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고려해야 할 사항이 ‘확진자 수’나 ‘위중증 비율’ 이렇게 간단하지가 못합니다. 확진자가 많아서 위중증이 적거나, 위중증이 있어도 확진자 수 자체가 적으면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둘 다 높아지더라도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병상과 관련해 말씀드린 것과 같습니다. 속도가 너무 빠를 때는 7천명도 위험하고, 서서히 안정적으로 올라가고 위중증만 충분히 적으면 1만 명도 버틸 수 있습니다. 고려할 요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5천명에서는 뭘 한다, 7천명에서는, 또 1만명에서는 뭘한다, 이렇게 딱 발표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딱 부러진 기준을 발표해서 그게 설사 국민들에게 안심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고,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수십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겉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료진의 피로도, 보건소의 역량, 경제지표, 사람들의 행동패턴과 이동량,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매번 중요한 키(key) 지표도 다릅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릅니다. 그래서 딱 부러지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런 부분을 국민들에게 다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질타하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예 딱 몇 주 봉쇄하자고 합니다. 정 필요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융단폭격입니다. 최후의 수단입니다. 적을 잡자고 융단 폭격을 하면, 아군도 함께 희생당합니다. 지금 이 코로나 전선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우리 국민이 한데 엉켜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한 국민입니다. 시원하게 코로나 잡자고, 우리 국민을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욕을 먹으면 먹더라도, 거짓말하지 않고, 매 순간,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잡고, 최선을 다해서 이 전선을 돌파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긴박해서 미처 다 설명드리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비판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국민만 앞세우지 않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습니다. 함께 가십시다. 이 길이 우리가 함께 살 길입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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