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 직원 주름살 펴지려나"..미국 스타벅스 첫 노조 탄생, 한국은? [추적자 추기자]

추동훈 2021. 12. 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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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첫 가게를 연 스타벅스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생길 예정입니다.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벅스. 그러나 넘치는 사랑만큼 일하는 직원들은 강한 업무 강도와 손님 응대의 스트레스로 고생이 크다고 합니다. 스타벅스에 생길 노조는 바리스타 및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봤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은 3만2900여 곳에 달합니다. 미국에 6000여 곳이 있으며 한국은 세계 2위 스타벅스 소비국답게 15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1위 카페 프랜차이즈답게 직원수만 무려 작년 9월 기준 34만 9000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직원들을 위한 노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세계 스타벅스 점포수
스타벅스의 첫 노조는 미국 뉴욕주의 버팔로 지역에 생깁니다. 각 지점을 각자노조로 나누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미국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이번 노조 결성 찬반투표를 주관했습니다. 9일(현지시간) 총 27명의 바리스타 및 직원 중 19명이 찬성한 투표가 가결되면서 첫 노조가 탄생합니다. 스타벅스 노조 결성을 신청한 지점은 총 3곳입니다. 나머지 한 곳은 반대가 더 많아 부결됐으며 나머지 한 곳은 무투표자가 많아 보류됐습니다.

이들은 왜 노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까요? 그 이유는 코로나19바이러스로부터 촉발됩니다. 이들 매장은 지난 8월 노조 설립을 신청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직원들이 상당수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커피주문량으로 인한 과한 업무가 주요인입니다. 또한 진상고객들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 직원관리 및 복지차원에서 직원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과한 업무부담문제는 최근 한국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굿즈 및 시즌 이벤트로 인해 기존 업무 외 업무 부담이 가중된 스타벅스 직원들이 이에 반발해 트럭시위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650잔이나 음료 대기가 뜨고 대기시간이 4시간으로 늘어날 만큼 대란을 일으킨 리유저블컵 대란이 불을 지폈습니다.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정차해있다. /사진=매경DB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첫 노조 설립과 관련해 스타벅스는 북미 매장 관리 사장을 6번이나 이곳으로 보내는 등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의 스타벅스를 일구어낸 하워드 슐츠 전 CEO까지 이들과 면담했지만 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본사에서는 사측 편을 들어줄 직원을 황급히 파견하는 등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이러한 시도도 먹혀 들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이번 뉴스는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현재 미국 곳곳에서는 임금 인상, 직원 권익 보호를 위한 시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농기구 제조사 디어앤코, 안전의 대명사 볼보, 시리얼 대표기업 켈로그 등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업종도 무관한 전방위적 움직임입니다. 미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일저리 대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조기 은퇴를 하며 일자리를 떠났고, 이에 코로나19 공포로 자발적 실직을 택한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이러한 인력란은 현재 전 세계를 흔드는 공급대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재 상황은 어느 때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판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이 모잘라 아우성이고, 여전히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으로 일자리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늘어난 업무부담으로 불만이 가중되니 시위가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높아진 직원들의 위상을 법으로 보장하고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어합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현실화된 대표적 사례인 것이죠. 실제 이러한 갈등은 카페, 패스트푸드점에서 돋보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의 패스트 푸드기업 맥도널드 역시 이렇나 노조 설립 및 직원 보호를 위한 시위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제 근로가자 많은 회사다 보니 이러한 근로자 권리 신장의 목소리가 높을 수 밖에 없죠. 이에 회사는 이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모바일 오더를 강화하고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최근 아마존과 협업해 샌드위치나 케이크 같은 메뉴들을 그냥 가게에서 집어서 나가기만 해도 자동으로 계산되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근로자들의 업무 로드를 줄이겠다는 것이죠.

아마존고 도입한 스타벅스 /사진=스타벅스 홈페이지
반대로 이러한 자동화 서비스는 기존 근로자들의 밥그릇을 뺏을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에서도 이러한 기술에 기반한 주문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첫 노조, 과연 스타벅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타벅스의 노조 설립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스타벅스의 기업 문화 자체를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성숙한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스타벅스를 보다 높은 곳으로 올려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날 스타벅스의 첫 노조 설립 뉴스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주가는 0.77%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아직까지는 노조설립이 스타벅스에 결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진 않은가 봅니다. 이번 뉴스를 계기로 국내 스타벅스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될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한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18만4000건으로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실업수당 신청자가 줄어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엿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제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서 이러한 노사갈등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금융권의 관심이 더욱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추동훈 뉴욕특파원(chu.newyo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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