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캐릭터와 연애질하는 남편, 설마 바람?..'스트라이킹 바이퍼스' 리뷰 [씨네프레소]

박창영 2021. 12. 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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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 ⑬ 드라마 '블랙미러'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리뷰

각종 포털사이트에 이혼 사유에 대한 질문으로 자주 올라오는 주제 중 하나가 배우자의 게임 중독이다. 배우자가 게임에 빠져 가정을 살피지 않는 것이 이혼 귀책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실제 법원은 게임 중독이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려왔다. 가정을 등한시할 정도의 게임 중독은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에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대니(왼쪽)와 칼이 게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즐기고 있다.<사진 제공=넷플릭스>
그러나 일반적인 연인과 부부가 게임에 관해 맞닥뜨리는 갈등은 대부분 이별을 언급하기엔 모호한 선에 걸쳐 있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게임에 몰입하는 정도가 연인인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듯 보여 묘한 불쾌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목소리로 웃으면 '이 사람 혹시 나보다 게임이 더 좋은 것 아니야?'라는 궁금증을 넘어서 '혹시 친구를 더 좋아하나?'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게임에 푹 빠진 배우자에게 느껴지는 불편감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 작품이다.
무료한 삶을 살고 있는 38살의 대니에게 칼은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를 선물한다.<사진 제공=넷플릭스>
결혼을 해도, 연애를 해도 어릴 때만큼 신나지 않는다

38살 대니의 생일 파티. 정작 주인공인 대니는 그 누구보다도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 널따란 마당이 있는 집, 파티를 열면 게스트로 정원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한 인맥까지 갖춰 남부러울 것 없을 삶이지만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파티에 온 이웃집 여성에게 잠시 눈길을 줬다가 들킨 뒤 자기혐오에 빠질 뿐이다.
게임 속에서 둘은 각각 여성, 남성 캐릭터를 골라 대전한다. 캐릭터가 느끼는 감각을 플레이어가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게임 특징이다.<사진 제공=넷플릭스>
그때 오랜 친구 칼이 등장해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를 선물한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는 어릴 때부터 둘이 즐기던 액션 게임으로 이번에 새롭게 가상현실(VR) 버전이 출시됐다. 사실 삶에서 권태를 느끼긴 친구 칼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연하의 여성들과 연애를 즐기지만, 점점 그들과 공감대가 떨어지면서 세대 차를 느낀다. 각자 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에 접속해 서로를 만난다.
VR게임인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에 접속한 대니의 모습. 게임에 빠져 눈동자까지 바뀌어버린 배우자를 본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만하다.<사진 제공=넷플릭스>
캐릭터와 일체가 돼 즐기는 VR 게임

두 사람은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의 완성도에 놀란다. 게임 속 캐릭터와 일체가 돼 캐릭터가 느끼는 모든 것을 그대로 감각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대니가 느꼈던 무릎 통증도 게임 속에선 사라져버린다. 게임에 모든 신체 감각이 구현된 덕에 캐릭터가 상대방을 때릴 때 느끼는 타격감, 상대방에게 맞을 때 전해지는 고통도 그대로 전달받는다.
`게임오버` 문구가 떠도 두 사람의 시간은 `오버`되지 않는다.<사진 제공=넷플릭스>
게임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두 사람은 게임 속에서 격투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여성 캐릭터 '록시트'를 고른 칼과 남성 캐릭터 '랜스'를 고른 대니는 돌연 스킨십에 몰두한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게임에서 느꼈던 자극이 떠오른다. 아내가 외출한다고 말하자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를 즐길 생각에 들뜬다.
두 사람은 엉뚱한 방향으로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다.<사진 제공=넷플릭스>
게임 속 캐릭터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두 사람의 게임은 어느 순간부터 격투를 생략한 채 본격적인 애정 행각으로 시작된다. 여기에는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대니가 게임 속에서 남성 캐릭터를 고르고, 칼은 여성 캐릭터를 선택해 애정 행위를 벌인다면, 이것은 동성연애인가. 아니면 게임 속에서 이성 캐릭터 간 사랑을 나눴기 때문에 여전히 두 사람은 이성애자인가.
두 사람이 게임 캐릭터의 몸을 빌려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사진 제공=넷플릭스>
보다 본질적인 질문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둘은 게임 속에서 이성애를 나누며 서로를 사랑하는 것인가. 아니면 '록시트'로 분한 칼과 '랜스'로 분한 대니가 상대방의 가상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일 뿐인가. 두 사람 역시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면서 현실 속의 부부, 연인 관계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대니의 부인 테오는 부부 관계에 충실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며 그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한다.
배우자가 게임에 빠져 있을 때 느껴지는 소외감의 본질

'블랙미러'는 신기술이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상상해보는 시리즈다. 딥페이크, VR, 인공지능(AI) 인간 등 새로운 기술이 매일같이 등장하면서 이것이 윤리적 혼돈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해보는 것이다. 2011년 시즌1이 공개된 이래 꾸준히 사랑받으며 현재 시즌5까지 이르렀다.
`블랙미러`엔 신기술이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한 상상이 가득하다. 시즌4 `아크엔젤`은 자녀가 세상의 흉측한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머리 속에 칩을 삽입해 통제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VR 게임의 리얼리티가 높아지면 생길 수 있는 갈등이 무엇일지 묻는다. 드라마에 나온 것 같은 기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멀겠지만, 이미 요즘 세대가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에서 현실과 다른 자아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빈번히 겪게 될 딜레마임에 분명하다.
남편이 자신의 취미에 대해 숨기기 시작하면서 부부 사이의 골이 깊어진다.<사진 제공=넷플릭스>
이 드라마는 남편 또는 아내가 친구와의 게임에 몰입할 때, 배우자가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다. 배우자가 절대로 끼어들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세상에서 남편만 쾌락을 느끼고 있다면, 아내는 남편이 외도할 때와 유사한 소외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 게임 파트너까지 끼어 있다면, 자신이 배우자에게 줄 수 없는 만족감을 게임 파트너는 주고 있다는 점에서 질투를 느끼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수 있다. 즉 배우자의 취미 생활을 못마땅해하는 상대방에게 '나만의 영역이니깐 참견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포인트를 잘못 짚은 항변이라는 메시지다. 외려 '나만의 영역'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배우자에 대한 감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잘 이해시켜줘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서로의 취미 생활 때문에 다툰 부부와 연인에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포스터. 게임 세계 속으로 빠져버려 아내의 손길조차 느끼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렸다.<사진 제공=넷플릭스>

장르: SF, 드라마
출연: 앤서니 매키, 야히아 압둘마틴 2세
평점('스트라이킹 바이퍼스'):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74%), IMDb(6.8/10)
평점('블랙미러 시즌5'): 왓챠피디아(3.3),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67%), 팝콘지수(48%)
※12월 10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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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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