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아니고 팩트"..동대문 패션부터 골프웨어까지 K디자이너들 날개 달다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2021. 12. 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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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개발 운영하는 '한 컬렉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컬렉션 매장 모습
[방영덕의 디테일] "이왕 골프웨어를 선보인다면 잘나가는 수입 브랜드와 함께…."

'한(HAN) 컬렉션' 직원들은 몇 달간 고민했습니다. 인기 있는 수입 브랜드를 살짝 끼워 넣어 파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장 운영이 힘들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손님을 모셔 오자는 취지에서였습니다.

갑론을박 끝에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패션 아이템만 판매한다'는 운영 방침입니다. 한 컬렉션은 기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동화면세점 1층과 지하 1층 두 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맨 처음 방문하면, 입이 두 번 '쩍' 벌어집니다. 우선은 시내 한복판에 면세점 대신 다양한 패션 상품을 파는 쇼핑 매장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무려 1100여 평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두 번째로 놀라운 점은 그 넓은 공간에 입점한 브랜드 200여 개가 모두 국내 디자이너들의 상품이라는 것이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컬렉션 매장 모습
에코 퍼(fur)가 달린 패딩, 코트, 무스탕부터 개그우먼 박나래가 착용해 전국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킨 드레스는 물론 보석이 촘촘히 박힌 마스크, 신발, 가방, 최근 입점한 골프웨어까지 총 14개 상품군으로 나뉘어 진열된 상품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와, 이게 다 진짜 국내 디자이너들 상품이라고?'

맞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의 한류스타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백지훈, 윤춘호 등 유명 디자이너 옷뿐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한 컬렉션에는 즐비합니다.

게다가 한 컬렉션 입점 수수료는 일반 백화점보다 10~20%포인트 저렴합니다. 100% 한 컬렉션 직영 직원들이 상품을 판매하고, 인테리어 부담도 모두 한 컬렉션이 집니다. 초창기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실력 있는 K디자이너들로서는 매우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컬렉션 매장 모습
한 컬렉션이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K패션'이 뜨고 있기 때문입니다.

" '국뽕'이 아니라 팩트예요. K푸드, K컬처, K뷰티 등 전 세계 유행을 주도하는 K트렌드에 K패션이 속속 합류하고 있어요." 한 컬렉션 관계자가 강조합니다.

사실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SPA 브랜드 자라가 처음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와 손잡고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스페인, 미국, 일본,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동시에 출시한 것인데, 그동안 자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체리코코 등 동대문 패션 브랜드 200여 개는 내년 일본에 상륙합니다. 동대문 패션 브랜드를 모셔 간 곳은 이베이의 일본 법인. 이곳은 내년 4월 일본에서 유명한 온라인 쇼핑몰 큐텐에 의류 전용 사이트를 열어 300여 개 브랜드를 출점할 예정인 가운데, 이 중 70%를 한국 패션 브랜드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컬렉션 매장 모습
소비의 세대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패션에 대한 기대와 평가 역시 달라지며 'K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모습입니다.

그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습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정보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합니다. 값비싼 명품을 맹목적으로 소비하기보다 나만의 개성을 부각할 수 있는 것을 골라 삽니다.

흔히 '라이크 커머스(like commerce)'라고 하지요? 기성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와 달리 '나 다움'을 보여주는 온라인 쇼핑몰 상품에 '좋아요(like)' 버튼을 적극 누름과 동시에 소비를 하는 게 바로 라이크 커머스입니다. 일종의 마니아층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인데 K패션 역시 이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은 국내로 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K패션 쇼핑몰을 만들었습니다. 여느 오프라인 매장이 그러하듯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롯데관광개발 역시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MD를 비롯한 직원 30여 명이 눈에 불을 켜고 K디자이너들을 발굴한 덕택에 최근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한 컬렉션 직원들이 논의 끝에 들여온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6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데요.

2030세대 '골린이' 사이에선 이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잘 알려진 브랜드였습니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옷을 직접 입어보고 살 수 있는 곳이 생기자 마니아층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한걸음에 달려와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분명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있습니다. 한 컬렉션은 앞으로도 '주~욱' K디자이너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K패션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원칙이 더 빛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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