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보다 '인턴기자 주현영'이 효자..유통공룡들 OTT에 꽂힌 이유 [생생유통]

강민호 2021. 12.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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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배송 경쟁 넘어서 콘텐츠 경쟁
쿠팡은 자체 서비스 쿠팡플레이 선봬
영화, 음악 스트리밍 등으로 아마존 성장
빅데이터 확보, 광고 등 목적 가능성도
SNL코리아 포스터<사진제공=쿠팡플레이>
[생생유통] "좋은 질문? 지적? 아무튼 감사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예능 프로그램 속 올해의 캐릭터를 뽑자면 많은 사람이 'SNL코리아'의 인턴기자 주현영을 뽑을 것이다. 인턴기자 주현영이 처음 등장한 유튜브 동영상은 9일 현재 조회 수 63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 앵커의 질문에 울먹거리며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던 주 기자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에 많은 청년층의 위로와 공감을 얻으며 박수를 받았다. 주 기자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 것은 청년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도 주 기자의 성장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주 기자의 무대였던 SNL코리아가 바로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됐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쿠팡플레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EPL 토트넘 경기를 본격적으로 중계하기 시작한 3월부터 5월까지 각각 19.8%, 44.6%, 3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어 'SNL코리아'를 공개하면서 29.4% 증가했으며 10월에도 14.6%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며 꾸준한 이용자 유입에 성공했다. 지난 11월에는 김수현, 차승원 등이 출연한 자체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날'까지 공개하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쿠팡플레이, 콜드플레이 라이브스트리밍 홍보 이미지<사진제공=쿠팡플레이>
제품, 배송 등을 두고 경쟁해오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콘텐츠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네이버는 CJ와 제휴해 네이버플러스 가입 고객에게 티빙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이용 고객은 네이버 웹툰 미리보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11번가는 우주패스 구독 고객에게 웨이브 이용권을 주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자체 OTT 쿠팡플레이를 로켓와우 회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 `맨체스터바이더씨`<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캡쳐>
전자상거래, OTT, 더 나아가 콘텐츠를 함께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전략의 원조는 아마존이다. 2006년 OTT '프라임 비디오'를 시작한 아마존은 TV 시리즈계의 오스카라고 불리는 에미상을 수상한 '마블러브 미스 메이슬 시즌3' 등을 비롯해 후보에 오른 '트렌스페어런트' '모차르트 인 더 정글' '더 보이즈' 등의 시리즈를 프라임 비디오로 공개했다. 아마존의 콘텐츠 제작 역량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이 자체 제작한 '맨체스터 바이더씨' '세일즈맨' 등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아마존은 더 나아가 미국 NFL, 프랑스 리그앙, EPL 등의 중계권을 확보하며 스포츠 중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은 이뿐만 아니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뮤직',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게이밍', 개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 만화 서비스 '코믹솔로지' 등을 운영하며 전자상거래 기업일 뿐만 아니라 콘텐츠사업자(CP)로도 발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아마존과 유사한 전략을 활용하며 전자상거래에서 시작해 영상·음악·게임 등 콘텐츠를 결합 중이다.

아마존의 콘텐츠 전략 핵심에는 록인 효과와 차별화, 빅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의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유료 회원은 비회원에 비해 연평균 2배가량 높은 객단가를 보여준다. 단순히 배송, 제품, 반송 등의 혜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고객이 아마존의 가두리 양식장을 벗어나지 않고 록인 상태로 계속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차별화 전략도 하나의 이유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빠른 배송, 낮은 가격 경쟁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다른 업체들과 차별성을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다. 빠른 배송을 위해 물류센터를 추가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제 살 깎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잘 만든 드라마, 영화 한 편은 손쉽게 개별업체에 차별성을 준다. 더 나아가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도 나타낼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가 그 업체의 특징이 되고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한 업체가 독점 수급하거나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 록인 효과를 넘어 콘텐츠 이용자를 새로운 커머스 서비스 이용자로 유인할 수도 있다. 지난 3분기 넷플릭스의 구독자 증가 폭은 440만명이었다. 이는 당초 넷플릭스 예상치(350만명)와 주식시장 예상치(384만명)를 크게 웃돈 것이다. 시장에서는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 성공이 구독자 증가에 주효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전자상거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넷플릭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성공적인 콘텐츠 하나로 많은 구독자를 유치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킬러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를 늘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한류 콘텐츠가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의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운영하는 OTT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구독자가 전자상거래 서비스도 경험하게 되고 결국은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빅데이터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의 주중 하루 평균 OTT 이용시간은 57.7분, 주말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63.7분으로 나타났다. OTT를 통해 전자상거래 업체는 이용자의 하루 1시간 동안의 사용 패턴을 빅데이터화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이용 패턴의 데이터가 모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를 전자상거래 업체가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타깃 광고다. 예를 들어 OTT 업체에서 중계하는 스포츠 경기 도중 고객이 필요한 상품의 가상광고를 띄우고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스포티파이나 유튜브와 같이 광고 관람·청취 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 사이에 타깃 광고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특정 아이돌 그룹 관련 콘텐츠나 실황 콘서트를 본 이용자에게는 아이돌 굿즈를 판매할 수 있다. 음악, 영화 등의 취향과 상품 구매 패턴을 묶어 새로운 빅데이터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슬픈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는 위로 아이템을 추천하고, 신나는 클럽뮤직을 듣는 사람에게는 금요일 저녁 클럽에 입고 갈 옷을 추천하는 식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가장 큰 핵심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사람을 모으면 빅데이터가 쌓이고 그 빅데이터가 기존에 없던 수요와 시장을 창출해낸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콘텐츠 서비스는 결국 사람을 모으는 방법 중 하나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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