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 경제]"크리스마스 선물은 NFT로?".. 뜨거운 NFT, 기본부터 배워보자

김신영 기자 2021. 12.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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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애미에서 이달 초 열린 아트바젤에 참가한 관람객이 독일 작가 마리오 클린거만의 NFT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NFT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올해는 상황이 뒤집어져,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NFT를 얘기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초등학생이 그린 NFT가 1400만원에 팔렸다’, ‘NFT 관련주가 폭등했다’, ‘NFT 트위터가 수십억에 거래된다’, ‘누구는 방귀 소리를 NFT로 팔았다더라’…. NFT 관련 뉴스를 안 보고 하루를 지내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NFT의 세계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NFT로 주고받으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네요.

NFT는 ‘복제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입니다. 직역하고 보니 어째 한국말이 더 어렵습니다. NFT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대체할 수 없는 표식을 붙여서 원본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나옵니다.(이 설명도 정말 어렵네요.) 디지털 파일은 무한 복제가 가능합니다. 즉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원본이라는 표식을 붙여서 팔 수 있을까요. 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마디씩 하지만, 정작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는 NFT의 세계, 5문답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Q1. ‘대체 불가능 토큰’ 중 우선 ‘대체 불가능(non-fungible)’이 무슨 뜻인가요.

‘대체 불가능’을 이해하기 위해 ‘대체 가능’이란 개념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 가능’이란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단 뜻입니다. 1만원을 빌려갔다가 갚을 때 1만원짜리 지폐면 되지, 빌렸던 바로 그 1만원권일 필요는 없습니다. 5000원짜리 2장, 1000원짜리 10장으로 갚아도 별 문제없겠죠. 이런 경우 ‘대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느 작가의 신작을 구입할 때를 생각해 볼까요. 서점에 쌓여있는 책 중 어느 것이든 상관없죠. 대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직접 서명을 했다거나 몇 권 남아 있지 않은 초판본이라면 어떨까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그 책’은 ‘바로 그 책’이어야만 가치가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꼈던 (바로 그) 장갑, 마이클 조던이 신었던 (바로 그) 농구화, 희귀한 우표, 모나리자 그림, 콘서트의 특정 좌석 표 등이 대체 불가능한 물품에 해당됩니다.

NFT란 무한 복제가 가능해 뭐든지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지털 세상에 ‘대체 불가능함’이란 특성을 입히기 위한 기술입니다.

NFT를 직역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이란 뜻이다. '대체 가능(fungible)'하다는 것은 1만원짜리 지폐처럼, 그 어떤 것으로 교환해도 가치가 같다는 뜻이다. 반면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고유의 가치가 있어 다른 어떤 것, 설령 똑같이 생긴 어떤 것과도 교환이 안된다는 뜻이다. 마이클 조던이 실제로 신었던 에어조던 농구화(아래 왼쪽)과 이 디자인과 재질을 본떠 만든 신상품 가격에 큰 차이가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한국조폐공사, 크리스티

◇Q2. 그렇다면 ‘토큰’은 어떤 의미인가요.

NFT는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token)’이라고 하지요. 토큰이란 어떤 가치가 저장됐다는 증표나 표식이란 뜻으로 사용됩니다. 서울시에서 1999년까지 사용하던 버스 토큰을 떠올리면 됩니다. 시내버스 요금이 170원이었는데요, 동전을 사용해도 되지만, 번거로우니 토큰을 사용했습니다. 버스 토큰은 ‘170원어치 버스 요금’이라는 증표였던 거죠.

디지털 세상의 토큰이 더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넓게는 비슷한 뜻을 품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오가는 정보와 파일은 때로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그래서 이 정보를 주고받거나 저장하기 위해 특정한 형식으로 이 파일들을 변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변환한 정보의 단위를 토큰이라고 합니다.

NFT는 증표를 만들기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특정 디지털 기술을 활용합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세상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는 정보를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에 일제히 저장하도록 하는 ‘분산 원장(공식 기록)’ 기술입니다. 세세한 기술은 전문가의 영역이므로 속속들이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휴대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몰라도 휴대폰 쓰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일단은 NFT가 ‘디지털 자산의 대체 가능한 정체성을 보증하는 증표’라는 사실만 알아두면 됩니다.

러시아 발레리나 나탈리아 오시포바가 지난달 말 자신의 발레 모습을 담은 NFT 이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국 런던 본햄스 경매는 최근 첫 발레 NFT를 경매에 출품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Q3. NFT 작품은 어떻게 제작된 건가요.

NFT란 말 그대로 ‘이것은 대체 불가능하다’를 증명하는 ‘디지털 증표’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의 형식엔 제한이 없습니다. 즉 처음부터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거나, 색연필로 종이에 그린 그림을 휴대폰으로 찍거나, 내 목소리를 녹음한 음성 파일이거나, 혹은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이나 트위터에 쓴 트윗 한 줄이든 상관 없습니다. 무엇이든 ‘이것이 원본이다’라고 표식을 붙이면 됩니다.

NFT가 뜨면서 최근엔 이런 파일들을 NFT로 만들어주는 사이트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래리블(Rarible), 오픈시(OpenSea)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사이트들입니다. 이 사이트들에 디지털 파일을 올린 다음 정해진 비용(’오픈시’의 경우 계정 등록비는 10만원 정도)을 지불하고 그 파일을 NFT로 전환하면 됩니다. NFT라는 디지털 증표를 만드는 데는 전기 등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수료가 싸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변환된 NFT를 두고 ‘판매(sell)’를 누르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습니다. 최근엔 자기가 쓴 ‘트윗’을 거래하는 ‘밸루어블(Valuable)’이란 사이트도 생겨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트위터 URL(인터넷 주소)만 붙여 넣으면 NFT로 만들어서 거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최근엔 한국 서비스도 빠르게 늘고 있고요.

‘오픈시’를 통해 제가 만든 그림 파일을 팔겠다고 내놓아 보았습니다. 계좌 등을 개설하는 시간을 빼면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NFT는 수 개월째 팔리지 않고 있네요. NFT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사이트에만 1분에도 수십개의 NFT 매물이 올라오고 있어 어지간해서는 판매가 쉽지 않다 합니다. 그림·사진도 있지만, 게임에서 쓰는 아이템이나 ID,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 등도 거래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레드오션이죠.

글로벌 NFT 거래소 오픈시. 비용을 받고 디지털 파일을 NFT로 바꾸고 NFT 작품을 거래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작품이 올라오기 때문에 일반인의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opensea

◇Q4. 디지털 파일은 복제가 가능한데 NFT를 적용했다고 갑자기 가치가 올라가나요.

NFT 작품이 비싸게 거래됐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혼란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의문입니다. 디지털 파일의 태생적 특성상 그 파일을 아무리 복제한다고 해도 성질이 달라지지는 않으니 헷갈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누군가 NFT 작품을 사서 그 파일을 소중히 보관한다고 쳐볼까요. 단지 NFT가 적용되지 않았을 뿐인 똑같은 디지털 파일이 계속 복제되고 유통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그 그림에 NFT란 ‘증표’가 붙었다는 점을 빼면 같은 그림입니다. 실제로 작품 하나를 여러 개의 NFT로 만들어 번호를 달아 파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디지털 파일에 막대한 돈을 지불하다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다른 (오프라인) 예술품은 어떤가요? 가장 유명한 예술 작품인 모나리자를 지금의 과학 기술로 똑같이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회화는 완벽한 복제가 좀 어렵다 쳐도, 사진이나 판화 작품은 어떤가요. 판화 작품은 실제로 작가가 아예 3/100 (100작품 중 세 번째 것)이란 식으로 ‘똑같은 작품이 여럿 존재한다’라는 표시를 해서 팝니다. 그래도 유명한 작가의 판화, 특히 ‘1번’은 비싼 값에 유통됩니다. 더 극단적으로 마이클 잭슨이 꼈던 장갑의 물리적 특성도 똑같이 복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냥 장갑이니까요.

즉 예술품이나 희귀품의 가치는 상당 부분이 주관적인 판단이나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작품을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지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자산이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복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기보다, 특정 파일이 다른 파일과는 다른 고유성을 지녔다는 ‘증표’를 만들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NFT를 통해서 디지털 파일에도 고유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자 디지털 예술 작품의 가치가 치솟게 됩니다.

비플이 제작한 NFT 조각 '인간 1(Human One)' 일부. 이 같은 영상이 24시간 연속 재생된다. 최근 크리스티 경매에서 2900만달러에 팔렸다. /크리스티

◇Q5. NFT는 열풍은 계속될까요. 즉,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NFT가 엄청나게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NFT를 ‘디지털 고양이’에 적용해 이를 (일종의 게임 아이템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란 게임이 나온 것이 벌써 2017년입니다. 그런데도 바로 지금, NFT가 큰 이슈로 부상한 배경은 크게 셋 정도입니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이 ‘디지털 세상’으로 사람들을 더 끌어들였고 그 결과 디지털 예술품으로까지 그 관심이 흘러들었습니다. 둘째, 최근 페이스북 등 IT ‘공룡’들이 일제히 뛰어들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시장의 성장과도 연관성이 큽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연결된 디지털 세상을 일컫습니다.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 진품 롤렉스 시계가 값비싸다면, 메타버스에선 NFT로 진품 인증을 한 디지털 버전의 롤렉스 시계(자신의 디지털 아바타가 찰 수 있는)의 디지털 버전이 가치가 올라갈 겁니다. 비슷한 이유로 게임 업계는 가상 공간의 게임 아이템에 NFT 기술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명인과 제도권 경제의 ‘큰손’들이 NFT에 일제히 관심을 보이는 것도 큰 변화입니다. 무명 디지털 작가인 비플의 NFT 작품이 세계적인 크리스티 경매에서 판매되고, NBA(미국프로농구)가 NFT 기술을 접목한 르브론 제임스의 농구 동영상을 파는 식이지요. 이달 초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에도 NFT 작품이 대거 출품되었습니다.

NBA 선수들의 특정 시점 영상과 기록을 담은 카드를 판매하는 ‘NBA 톱샷(Top Shot)’은 가장 성공적인 NFT 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톱샷

그렇다면 희귀 우표를 사거나 그림을 구입하듯이 NFT 작품을 하나 사두면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호기심에서 조금 사보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큰 돈을 쓰기엔 아직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최근 관심이 갑자기 높아져 가격에 거품이 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기 방귀 소리를 녹음한 NTF 소리 파일을 50만원에 판 사람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무엇보다 남의 작품 파일을 저장해서 자기 작품이라고 파는 등 사기를 방지할 장치가 아직은 부족합니다. 이미 분쟁이 여럿 발생한 상황이고요. 디지털 작품 사상 최고가에 자신의 작품을 판 비플조차도 작품이 약 785억원에 낙찰된 후 트위터에 ‘맙소사!’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너무 큰 돈을 투자하는 건 ‘도박’이 될 수 있으니 섣불리 투자에 뛰어들기보다는 NFT의 가치와 본질을 먼저 충분히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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