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아이폰"이라더니..삼성폰으로 갈아타는 애플 마니아들

김승한 2021. 12. 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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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제공 = 삼성전자]
# 10여년간 아이폰을 사용한 박모(33)씨는 최근 갤럭시Z플립3으로 기종을 바꿨다. 아이폰이 통화 녹음 기능이 없어 불편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폴러블폰에 대한 호기심, 갤럭시Z플립3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다. 아이폰만 사용했던 박씨는 "반신반의했지만 우려와 달리 디자인과 기능 모두 너무 마음에 든다. 여태까지 왜 아이폰만 고집한 줄 모르겠다"고 만족해했다.

유독 충성도가 높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디자인'을 이유로 아이폰을 고수하던 애플 팬들이 갤럭시Z플립3 디자인 때문에 삼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Z플립3는 '삼성폰 중 가장 예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디자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아이폰의 높은 가격과 혁신 부재라는 비판에도 '그래도 살 사람은 산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다.

◆삼성, 애플 LG 고객 14% 흡수

이 같은 상황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8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71%)와 비교하면 14%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 카운터포인트는 "8월 말 출시된 갤럭시Z플립3과 갤럭시Z폴드3 등 폴더블폰이 기대 이상의 판매 호조를 보이며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점유율 상승분은 LG전자와 애플 고객이 유입되면서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는 99%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과 LG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 각각 5%포인트, 9%포인트씩 떨어졌는데, 이를 단순 계산해도 전체 14%가 삼성으로 넘어간 셈이다.

LG 고객은 LG전자 모바일 사업부 철수로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쳐도 애플 고객이 삼성전자로 흡수된 것은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자료 = 카운터포인트]
실제 갤럭시Z3 시리즈는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흥행 중이다. 하나금융투자증권에 따르면 갤럭시Z3 시리즈의 지난 8~10월 3개월간 글로벌 판매량은 총 321만대다.

구체적으로 갤럭시Z폴드3 104만대, 갤럭시Z플립3 217만대다. 출시 첫달인 8월에만 130만대가 판매됐다. 9~10월은 첫달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부품 수급대란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아이폰13 시리즈 출시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갤럭시Z플립3는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4위를 차지한 갤럭시Z폴드3와 함께 두 모델의 3분기 국내 판매량은 총 100만대다. 반면 상위 10위 중 애플 제품은 아이폰12가 유일했다. 나머지 9개 제품은 모두 삼성전자 스마트폰이었다.

[자료 = 카운터포인트]

◆애플 마니아도 빠져든 디자인

아이폰을 이용하다 갤럭시Z플립3로 이동하는 사용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하나같이 '디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폰이 '감성의 아이콘'으로 인식되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한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어른폰'으로 인식될 만큼 다소 투박한 디자인에 뚜렷한 차별성도 없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새 일반적인 바(Bar)형 스마트폰은 물론 폴더블폰에서 뛰어난 디자인 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흥행을 계기로 폴더블폰 시장 리더 입지를 공고히 할 모양새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사진제공 = 삼성전자]
이번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의 돌풍은 한동안 침체했던 스마트폰 시장에 자극을 주고 있다. 특히 갤럭시Z플립3는 기존 삼성 스마트폰 이용자는 물론 디자인을 이유로 아이폰을 고수하던 애플 골수 팬들까지 "디자인 너무 잘 뽑았다" "갤럭시Z플립3으로 바꾸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아이폰을 쓰다 갤럭시Z플립3로 기기를 바꾸거나 서브폰으로 구매한 사례도 많다.

흥행에 힘 입은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도 선보였다. 삼성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를 연상케 하는 차분한 파스텔 톤 하우징과, 외부 디스플레이를 감싼 검정색 패널이 투톤 디자인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 '곧 죽어도 아이폰'이라는 인식이 애플 팬에게 많은 만큼 이번 이동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아이폰11. [사진출처 = 애플]

한편 유독 애플 제품은 출시 전 비평 받다가도 막상 출시되면 높은 팬심으로 극복한 경우가 많았다.

2019년 출시한 아이폰11은 출시 전 놀림의 대상이었다. 특이한 카메라 배치 때문이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트리플 카메라를 일렬 배치한 것과 반대로 애플은 사각형 모양 모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인덕션' '기관총' 같다며 디자인을 비판했다. "정말 산으로 간다" "스티븐 잡스가 관 열고 나오겠다" 등 다소 지나친 비난까지 이어졌다. 카메라 디자인을 비꼰 패러디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달랐다. 제품이 출시되고 이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애플은 아이폰11이 판매된 작년 4분기 역대 최고 매출 918억2000만달러(108조3016억원)을 올렸다.

올해 출시한 아이폰13의 경우도 전작과 달라진 게 없다며 '재탕'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전작을 뛰어 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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