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이어서 더 바쁘고 절절한 '옷소매', 이러니 펄펄 날 수밖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2. 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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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모의 징후를 읽어내고 멀리서 신호연을 날려 이산(이준호)을 대비케 함으로써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낸 성덕임(이세영)은 그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온다.

이산에게 신호연을 소개받으면서 성덕임은 그 신호를 모두 외워 그를 지켜주겠다 약속을 한 바 있다.

"그 신호연을 보았을 때 너일 줄 알았다." 나중에 위기에서 벗어난 이산이 지쳐 쓰러진 성덕임을 안고 하는 그 말에는 단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신하에 대한 고마움 그 이상의 절절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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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구한 이세영, 액션·멜로가 한방에 다 되는 '옷소매'

[엔터미디어=정덕현] "보셨습니까? 제가 날린 신호연. 보셨지요? 그것 보십시오. 제가 지켜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하께서는 이 나라 조선을 지키시느라 바쁘고 저는 그런 저하를 지키느라 바쁘고... 그럼 대체 누가 더 바쁠까요?"

역모의 징후를 읽어내고 멀리서 신호연을 날려 이산(이준호)을 대비케 함으로써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낸 성덕임(이세영)은 그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온다. 혹여나 보지 못했으면 어쩌나, 혹여나 늦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한 달음에 달려온 길. 그 끝에는 마치 그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이산이 나와 지쳐 쓰러지는 그를 안아주었다. 그에게 성덕임은 마치 아이처럼 천진하게 말한다. 자신이 약속한대로 그를 지켜냈다고.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9회 이른바 '역모의 밤' 에피소드는 이 사극이 어째서 강력한 극성을 갖고 있는가를 잘 드러낸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끝없는 암살의 위협 속에서 살았던 이산 정조. <옷소매 붉은 끝동>은 그 시대와 인물이어서 가능한 액션과 멜로 서사를 '신호연'이라는 상징성 가득한 매개체를 통해 그려낸다.

영조 대신 능행을 하게 된 이산과 그것을 기회라 생각하고 그를 암살하려 역모를 꾸민 궁녀들의 비밀 조직 '광한궁(항아들이 사는 궁궐)'의 수장 제조상궁 조씨(박지영). 조씨의 명을 받아 역모를 진두지휘하는 지밀나인 강월혜(지은)는 이산을 지키는 익위사들의 무기를 모두 못쓰게 만들어 버린 후 이산 암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마침 부족한 식자재를 구하기 위해 관아로 가던 성덕임과 서상궁(장혜진)은 아이들이 버려진 동궁의 화약자루를 갖고 노는 걸 보고는 '역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워낙 먼 거리라 돌아가 사실을 알리기에는 너무 늦게 된 성덕임은 기지를 발휘해 아이들이 갖고 놀던 연을 '신호연(신호를 보내는 연)'으로 활용한다. 이산에게 신호연을 소개받으면서 성덕임은 그 신호를 모두 외워 그를 지켜주겠다 약속을 한 바 있다. 결국 멀리서 그 신호연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읽어낸 이산과 홍덕로(강훈)는 암살자들에게 둘러싸인 절체절명의 위기를 미리 준비할 수 있어 넘기게 된다.

흥미로운 건 이 에피소드에서 활용한 '신호연'이라는 도구가 갖는 상징성이다. 그건 위기 상황에 마치 파발을 올리듯 멀리서 신호를 보내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마음을 전하는 '낭만적인' 느낌이 담겨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 신호연을 보았을 때 너일 줄 알았다." 나중에 위기에서 벗어난 이산이 지쳐 쓰러진 성덕임을 안고 하는 그 말에는 단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신하에 대한 고마움 그 이상의 절절함이 묻어난다. "너 일 수밖에. 죽을 지도 모른다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얼굴이, 제발 한번만 더 보게 해 달라 애원했던 얼굴이 너였다. 덕임아."

사실 현대극이라면 이런 상황 자체의 절절함은 발생하지 않았을 게다. 더 빠른 통신과 교통의 방법들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극의 시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가 만들어내는 마음의 간절함과 애틋함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신호연은 그래서 '위기의 신호'만을 담지 않는다. 그 안에는 성덕임과 이산이 그 먼 거리에서도 서로의 신호를 읽어내는 '사랑의 신호'가 들어 있으니 말이다. 액션과 멜로가 신호연 하나로 한 방에 다 되는 <옷소매 붉은 끝동>. 사극이 가진 강력한 극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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