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왜곡..골프는 호황이지만 골퍼들은 억울하다[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얼마 전 한 골프장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조금 격앙된 그 대표는 골프장들이 너무 그린피를 올리는 바람에 예전 가격을 고수하는 착한 골프장마저 같이 욕을 먹고 있다고 성토했다. 골프장 대표마저 이렇게 말을 할 정도면 지금 골프장의 그린피가 전반적으로 과도하게 올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골프장 입장에서도 반박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골프장이 어려울 무렵 골프장들은 요일 차등 가격제, 시간 차등 가격제 등을 실시하며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골퍼들이 기피하던 시간의 그린피가 정상화되면서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캐디피가 오르게 된 이유도 할 말이 있다. 내장객들이 늘면서 캐디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그들이 이직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캐디피를 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한 쪽이 올리면 그 옆 골프장 캐디들의 불만이 나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른 곳도 하는 수 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줘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어느새 캐디피는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지금은 15만원을 받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골프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내리막 길을 걷던 미국과 일본의 골프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골프가 이렇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는 코로나 19의 영향이 무척 크다고 하겠다. 여행객의 국가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그들이 대거 골프로 유입된 데다 골프가 안전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골프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혜택이 골퍼들에게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골퍼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데도 부킹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골프 비용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할부로 그린피를 계산하는 골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중화의 길로 가던 골프가 다시 거꾸로 움직이면서 그 부담이 온전히 골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20억원을 돌파하는 곳이 나왔다고 한다. 돈이 넘쳐나는 시절이다 보니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회원권 시장에도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골프 의류 브랜드가 150개가 넘는다고 한다. 시장에 공급자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 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정상 이치인데, 오히려 비싼 제품만 잘 팔린다고 하니 아이러니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비싼 것을 선호하는 골퍼들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호황을 누리는 지금의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19의 위세가 줄어들고 하늘길이 열려 여행이 자유로운 시절이 돌아와도 골프의 특성상 한번 시장에 유입된 젊은 골퍼들이 빠져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장밋빛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골프 시장은 코로나 19란 변수가 만든 왜곡된 시장일 수도 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정해지는 게 시장의 원리다. 지금 골프장의 그린피는 그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 19란 너무 강력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는 왜곡된 시장이라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왜곡은 반드시 바로 잡히게 마련이고 코로나 19가 잡힐 날도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화난 골퍼들의 대대적인 복수가 시작될 수도 있다. [오태식 골프포위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