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년전 암각화, 관광두레 요가 품은 울주 안심여행

2021. 12. 1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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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반구대 암각화를 연구한뒤 김여진 학생이 현대화로 재해석해 그린 작품
울주 반구대 암각화의 현재 모습
영남알프스를 무대삼아 아침 요가를 하고 있는 관광두레 와나스타 회원과 여행자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한민국 본토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울주군 간절곶 앞바다엔 오늘도 고래가 춤춘다. 수천년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울주 고래가 춤을 춘다.

고래는 수천~수만년전 바다를 생활터 삼는 울산 울주 신석기인들의 중요한 식재료이자 기능성 방한용품이었고, 우리가 한우를 즐기듯, 미안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우리의 1만년전 조상들은 울주의 아름다운 대곡천 반계구곡 반구대에, 유럽 선사 벽화 보다 뛰어난 고래 그림을 그린다.

서양미술사의 큰 획을 그었다는 세잔(P.Cezanne)이 19세기 말에야 보이지 않는 곳까지 평면 캔버스에 그림으로써 입체파,표현주의,추상화에 영향을 주었다는데, 이 미술기법을 우리의 신석기인들은 이미 7000년전에 구사했다. 다종다양한 고래 그림, 반구대 암각화에도 고래가 춤춘다.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의 반구대(국가 명승)는 멋지고 건강한 풍경 속에 1만~7000년전 신석기인들이 풍요롭게 살았다.

▶우리 고을 좋은 것 국민과 공유하기= 자족하던 울주의 민관이 좋은 것을 국민과 공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힐링 요가 관광두레를 런칭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주로 간다. 아침부터 해야하는 요가는 다음날로 미루고, 언양읍성, 언양시장과 동해안에 있는 간절곶, 나사해변, 소망우체통, 장생포 오징어게임 놀이터를 거쳐, 내륙에서 고래가 춤추다는 대곡천으로 향했다.

울주 장생포 오징어게임 놀이터

대곡천은 비대면안심여행지 영남알프스 북동쪽 끝지점 고헌산과 동쪽 연화산 사이에 있는 계곡으로, 올해 국가 명승 지정을 받은 곳이다.

국보 285호 대곡리 신석기 것을 흔히 ‘반구대 암각화’라고 하지만 북쪽 천전리 공룡발자국 개천 건너편 신석기~청동기~고대국가로 이어진 각석(돌을 쪼아 그림을 새김)도 한 몸처럼 탐험할 가치 있는 유산이다.

대곡리 것은 7000년전 쯤 신석기시대 주민들이 커다란 돌벽에 300여 점의 동물과 사람을 암각한뒤 색을 칠한 것이다. 감입곡류천 계곡을 따라 늘어서 기암절벽에 그림을 그린 화폭은 반구대 지점 너비 9m, 높이 2.5m이다.

그림 속엔 고래가 가장 많고, 호랑이, 너구리, 양, 사슴 등이 사냥꾼, 사냥도구와 함께 그려져 있다. 거북이, 가마우지 주변엔 사냥도구가 보이지 않고, 조업용 그물, 종교적 능력자 샤먼(shaman)까지 보인다.

반구대 일대 신석기 조상들의 생활상을 암각화 기반으로 다시 그린 권유진 학생의 작품

고래그림들은 전체 그림 면적의 절반 가까이 된다. 그림을 정면에서 봤을 때, 윗부분 왼쪽은 귀신고래가 여럿 보이고, 아랫 부분 왼쪽엔 북방긴수염고래, 오른쪽엔 혹등고래가 큰 면적을 차지한다. 절벽 화폭 가운데엔 여러 고래가 다른 육상 동물과 혼재돼 그려져 있고, 오른쪽엔 가슴지느러미가 유달리 큰 향유고래가 있다.

▶신석기때 세잔 회화 기법이= 수면 위로 비상(Breaching)하는 모습의 혹등고래는 긴 줄이 촘촘히 그려져 주름이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며, 북방긴수염고래는 보글보글 날 숨을 쉬는 모습임이 또렷하다. 귀신고래 중 아래쪽의 것은 머리 주변의 주름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위쪽 것은 작은 고래와 겹쳐 그려졌는데, ‘임신한 어미설’과 ‘새끼 업은 어미설’이 혼재한다. 다소 우세한 임신설의 근거는 다른 고래에 비해 비대하고 어미고래 표면의 주름을 그리지 않았다는 점 등이고, 모자동반설은 배가 아닌 머리쪽에 새끼가 있어 임신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임신설을 차치하고라도 세잔 식(式) 기법이 보인다. 몸집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야할 북방긴수염고래의 호흡때 발생하는 기포들은 두 개 이상의 관찰 지점에서 볼수 있는 형상을 모두 표현했다. 범고래의 등과 배를 암각 돌출로 명암을 준 것, 돌쇠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앞쪽에 그린 모습, 위에서 본 그림인데도 돌고래 중앙지느러미를 옆에서 본 것처럼 상세히 표현한 것도 세잔식 혹은 입체파 기법이다.

암각화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여행자

그려진 지는 1만년에 육박하지만, 문화재전문가에 의해 공식 발견된 것은 올해 딱 50년 됐다. 그간 댐건설과 지자체간 물전쟁 통에, 전문가들의 그토록 호소해도 방치되고 수시로 물에 잠겨 계속 침식됐다.

표면이 무뎌져 맑은날 오후4시에 와야, 윤곽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잘 보인다. 봄철 오후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근접은 못하고 100m가량 떨어진 전망대에서 망원경과 스크린을 통해 볼수 있다. 너무 멀다는 푸념도 있지만, 반구대 대곡천의 절경 감상과 청정생태 속 트레킹 만으로도 본전 보다 많이 챙긴다.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은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동물의 품종까지 표현한 세계 유일의 작품이고, 동물 습성과 사냥방법까지 표현한 것으로, 프랑스 라스코 벽화 보다 더 우수한 우리 선조들의 예술, 교육자료, 손재주이자, 선진 경제과학을 영위했음을 보이는 증거”라면서 유네스코 유산 등재 추진 소식을 전했다. 12월 13~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암각화와 신성한 공간’이라는 주제로, 암각화 발견 5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신석기,청동기,고대국가 시대 그림,주술문양,글씨가 모두 그려진 천전리 암각화 탁본.

천전리 암각화에는 신석기시대 동물과 ‘주술’용으로 추정되는 동심원-마름모 등 청동기 기하학적 그림, 신라시대 미세필치의 새김그림, 글씨가 새겨져 있다.

반구대 남북 두 개의 암각화는 각각 탐색-사냥-이양-해체 등 당시 수렵채집 경제활동 전과정, 역사시대까지 이어지는 생활상과 문화를 드러낸 걸작이다. 암각화박물관에 먼저 들러 개요를 파악하고 탐방을 한다면 재미가 서너배는 될 것이다.

반계구곡이라고 불리는 계곡의 가운데쯤 작은 산 만한 거북이 한 마리가 넙죽 엎드려 있어서 거북구(龜)자 들어간 반구대이다. 절경이 있는 곳엔 선비들이 몰려드는 법. 청정생태의 오지 속에서 300년 잘 보존된 반고서원과 집청정도 들러 자연속 인문학 한수를 더 챙긴다. 14세기 개경의 포은 정몽주가 거기서 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신석기시대 선조들의 버릇을 조선의 선비들이 이어받은 흔적도 보인다. 아직 문화재는 아니지만 교실 칠판 같은 매끈한 절벽에 선비들의 글씨가 빼곡이 새겨진 연로개수기가 있다. 이 고갯길의 바위가 벼루처럼 미끄러워, 이 근처를 벼루길이라고도 부른다.

▶관광두레 와나스타= 영남알프스~언양~간절곶을 가진 울주 사람들이 비교적 넉넉한 삶을 영위하다가 자신들이 가진 것을 이방인들과 나누려는 마음에, 주민사업체 관광두레 결성에 나서 눈길을 끈다.

관광두레 와나스타 강사의 멋진 요가 시연

영남알프스와 울산항 사이 대암댐 인근에 거점을 둔 요가 동아리가 두레로 발전했는데, 법인이름은 ‘와나스타’, 숲에 머문다는 뜻이다. 문체부-한국관광공사의 육성 지원을 받으며 기업다운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다. 전국 187개 관광두레 중 한 곳이다. 상품의 구색의 다양성이나 프로그램에 들이는 전문가들의 노력에 비춰보면, 돈 벌 생각이 없는게 아니냐는 평이 나오고, 청년 동아리 같은 분위기가 여전하다.

숲속요가명상체험을 기본으로 하면서 자연 교감 프로그램, 대암댐 숲속 둘레길 트레킹 등을 상황에 맞게 더한다.

‘울주에서 치유하다’ 원데이클래스 3시간짜리는 토요일 새벽6시 산골짜기에서 명상와 요가테라피, 싱잉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힐링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음 나누기와 옹심이 미역국 조식서비스를 제공한다.

울주에 오래 머무는 분들을 위한 수업은 일주일에 사흘간 오전 오후 모두 4타임으로 진행하고 동호인단체여행자들의 맞춤 수업도 진행중이다. 소규모 연수하기에도 좋다.

영남알프스 천황산
영남알프스에서 플로깅하는 클린하이커 리더 김강은씨

▶알프스 이름 쓰는 나라는?= 요가체험여행단은 간월산 가는 초입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 입구에서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요가 시연도 한다.

웰컴센터에서 출발하는 영남알프스는 간월 신불, 가지, 영축, 천황, 재약, 고헌, 운문, 문복산 9봉 225㎢로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뉴질랜드, 중국, 일본과 함께 알프스라는 이름을 쓰는 국내 산악여행 명소다. 한국관광공사와 협업중인 울산광역시는 영남알프스 9봉을 완등할 경우 6만5000원 상당의 은화를 지급한다.

신세계조선 레스케이프 등 특급호텔까지 진입한 울주 복순도가 막걸리 [레스케이프 호텔 제공]
울주 언양식 불고기

작괘천, 작천정, 등억온천, 홍류폭포, 자수정동굴, 장생포, 간절곶, 복순도가 양조장 등 울주에 가 볼 곳이 많은데, 백번을 양보해도 복순도가 막걸리, 언양시장의 언양식 불고기를 놓치면 안된다. 담양 떡갈비와 해체형 횡성 불고기 두 미식의 맛을 모두 가진 언양 덩어리형 불고기이다. 울주가 서서히 장롱 속 매력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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