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죄가 없다'(?).. 일본에서 김기덕이 거부당한 이유

강구열 2021. 12.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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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외국영화 배급사업을 하는 일본 크레스트 인터내셔널사에서 지난해 12월 사망한 고 김기덕 감독의 1주기에 맞춘 특별상영 행사를 취소한다는 공지가 떴다.

"특별상영은 '김기덕은 누구였나'란 주제를 파고들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최종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게 됐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이 특별 상영의 의미를 재인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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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성폭력 의혹이 제기돼 검찰에 출석한 고 김기덕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7일 외국영화 배급사업을 하는 일본 크레스트 인터내셔널사에서 지난해 12월 사망한 고 김기덕 감독의 1주기에 맞춘 특별상영 행사를 취소한다는 공지가 떴다. 

“특별상영은 ‘김기덕은 누구였나’란 주제를 파고들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최종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게 됐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이 특별 상영의 의미를 재인식하고자 한다.”

행사는 18일부터 도쿄의 한 영화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일본의 온라인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이 일을 보도하며 자국 문화계의 잘못된 관행을 반성했다. 

“영화계의 거물들이 성폭력, 나아가 인권에 관한 문제를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일본의 문화 속에 여전히 있다. 학대받은 자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바로 주변에서부터의 논의를 요구하고 싶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매체는 지난 10일 게재한 기사에서 김 감독의 이력과 사망, 특별상영 취소 과정 등을 소개하며 이를 성범죄 전력을 가진 일본 내 유명인들의 현장 복귀에 따른 문제점과 연결시켰다.

매체는 김 감독을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 칸, 베를린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을 하며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귀재’(鬼才)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여배우, 현장 스태프 등 복수의 여성들이 촬영 중 반복된 폭력, 성폭력을 증언했다”며 “김 감독은 성폭력에 대해 부인하며 여배우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지만 지난해 패소했다”고 전했다. 이후 한국 영화계에서 추방되었고, 국외 활동을 하려다 지난해 12월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실도 알렸다.        

생전 한국 영화계에서 그를 퇴출시켰던 전력은 특별상영 사실이 고지된 직후부터 온라인에서 비판이 제기되면서 죽어서도 문제가 됐다. 특별상영을 알리는 글에 “소송이 제기된 스캔들 투성이다”, “세계3대 영화제를 휩쓴 영화감독이지만, 그 죽음을 추모할 수 없는 분위기가 흐른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이 문제였다. 매체는 “피해자들이 말한 심각한 성폭력 피해를 ‘스캔들’이라고 왜소화한 것이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건 지난 5일 공개된 크레스트 인터내셔널사 대표의 인터뷰였다. 이 회사 대표는 “범죄자가 만든 영화를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견해를 보였다.

매체는 “특별상영 중지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점상 (특별상영 개최 이유 등에 대한) 견해의 발표에도 찬성 의견을 모을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우수한 예술가는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라는 예술계의 풍조를 비판하는 한편, 권력 관계에서 비롯되는 성폭력의 구조가 특별상영과 같은 행사를 통해 재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덕 특별상영’과 비슷하게 일본에서 반복되는 범죄전력자의 사회복귀를 문제 삼았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A씨의 복귀를 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했다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사례를 제시하며 “문제는 범죄전력자들의 복귀 자체가 아니라 가해자가 같은 입장으로 현장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우려”라고 꼬집었다. 또 올해 3월 발표된 일본 아카데미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영화에 여러 장의 사진이 사용된 사진가가 2018년 여러 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력으로 고발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런 작품들은 어떻게 평가하며 좋을까, 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해당 영화의) 감독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강구열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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