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배당 상품 자동 투자..2% 쥐꼬리 퇴직연금 수익률 오를까

김소연 2021. 12. 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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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적용 법안 통과..내년 6월 도입 예정
TDF펀드 등 장기투자 적합한 상품 사전에 운용지시
저금리 상황서 투자욕구 반영..노후자산형성 역할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내용의 퇴직급여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지난 9일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개정 법률안이 공포되면 내년 6월에는 디폴트옵션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66조원으로 불어났으나 1% 수준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상품 운용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관련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퇴직연금 상품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그래픽=이데일리 DB]
디폴트옵션이란?…사전에 가입자가 정한 상품으로 운용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9월 말 기준 266조원에 달한다. 작년 대비 10조5000억원(4.1%)이나 불어났고, 가입기업 확대에 따라 지속해서 시장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2.58%에 불과했다. 최근 5년 수익률은 1.85%에 그쳤고,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2.56%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운용이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 위주(80~90%)로 이루어지고 있어 수익률은 1~2% 내외에 그쳤다. 예컨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은행이나 보험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가 도래한 이후에도 별다른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아 수익률이 예금 수준에 갇혀 있는 가입자가 많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1~2%로 낮은 수준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후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 없이 방치할 경우, 가입자가 동의한 대로 전문기관에서 대신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해주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관심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어 소극적으로 퇴직연금 자금을 운용하는 관행을 고려해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됐다. 이미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시행 중이며, 일본도 최근에 시행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디폴트옵션 상품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로 구성

디폴트옵션 상품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구성된다. 은퇴연령 등 투자 목표 시점에 따라 위험자산 편입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생애주기펀드(TDF), 부동산인프라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구성된다.

제도 도입 과정에서 원리금보장 상품의 포함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으나 디폴트옵션 범위에 원리금 보장 상품도 담기로 최종 결정됐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디폴트옵션을 마련해야 한다. 디폴트옵션 내 상품이 장기투자에 적합한지 여부 등을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된다. 심의위원회에서는 손실가능성, 예상수익 등이 중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었는지, 수수료 등이 수익에 비해 과다하지 않은지 등을 보게 된다.

디폴트옵션 도입은 노사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이 개별로 가입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가입자가 바로 디폴트옵션을 지정할 수 있다.

가입자는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디폴트옵션에 관련된 정보를 설명받고 디폴트옵션을 선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퇴직연금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디폴트옵션인 A운용사의 TDF 2050, B운용사의 채권형 펀드, C운용사의 MMF 등을 제시하고 가입자의 판단에 따라 상품을 선정할 수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DB)
가입자 언제든 옵트아웃 가능…시장 경쟁 가속화 전망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지시 없이 4주가 경과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받고, 통지 이후 운용지시 없이 2주가 경과하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에도 가입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원하는 다른 방법으로 운용지시(옵트아웃)를 할 수 있다. 가입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다가 디폴트옵션으로 전환(옵트 인)하려는 의사가 있을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의 수익률과 운용현황 등은 공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는 향후 구체적인 공시 형태와 공시 방법·내용 등 세부 내용을 시행령을 통해 정할 계획이다. 디폴트옵션의 수익률이나 비용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장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수년간 1~2%대에 머물렀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자성향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 욕구를 반영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이 제고되고, 노후자산형성 역할이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시장에서도 수익률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퇴직연금의 운용성과에 대한 평가가 활발해질 예정으로,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와 상품제공자 등이 상품 개발 노력을 통해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2006년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라 TDF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사이클 퇴직연금 펀드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미국의 TDF시장 규모는 2019년말 1조34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했으며 호주에서도 TDF가 디폴트옵션 도입 후에 크게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TDF 시장 성장과정에서 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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