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럴리 없어요"..얼굴 한번 못봤지만 수억원 털렸다
#직장인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외국인 여성으로부터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을 한 글로벌 해양굴착공업 회사에 재직 중이라고 소개했다. K팝과 콘텐츠 같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A씨와 랜선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A씨가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스타와 닮아 연락했다고도 했다. A씨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대화를 나눌수록 A씨는 호감을 느꼈다. 종종 보내오는 사진 속 그녀는 예쁜 얼굴에 일에 열중할 때만큼은 프로페셔널한 모습이었다. 여자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A씨의 삶에 공감하고 편견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가 됐다. 그녀는 곧 휴가를 내고 A씨를 보러 서울에 가겠다고 했다. A씨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혹시 관세와 수수료만 먼저 결제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A씨는 바로 결제했다. 결제 직후 그녀는 연락을 끊었다.
이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접수됐던 실제 로맨스 스캠 피해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로맨스 스캠은 로맨스(연애)와 스캠(신용사기)의 합성어로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이성에게 환심을 산 뒤 금품을 가로채는 사기 방식을 말한다.
국정원은 최근 로맨스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피해 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비트코인과 NFT(대체불가능 토큰)와 같은 가상자산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를 이용한 사기행각도 늘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에 함께 투자하자고 제안하거나 인터넷 뱅킹에 대리송금을 요청하고, 혹은 사이버 머니 환전을 대신 해달라면서 금품을 요구한 뒤 연락을 끊는 것이다. 충전된 수천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곧 소멸될 예정이라며 대리환전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또 다른 로맨스 스캠 피해자 B씨는 SNS로 외국에서 해양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외국인과 친해졌다. B씨 역시 꾸준히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꼈다. 어느 날 상대방은 급히 장비구입 대금을 송금해야 하는데 갑자기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상대방이 보낸 은행 사이트 주소로 접속한 뒤 대금을 대신 송금해줬다. 이 주소는 범죄조직이 그럴싸하게 만든 가짜 은행사이트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B씨가 상대방에게 각종 명목으로 보낸 돈은 올해 5월 기준 총 수억여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에게 거액의 돈을 의심없이 보내는 걸까. 채다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월인)는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보다 낯선 이들과 경계를 쉽게 허물고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소셜미디어 특성 상 상대방이 제공하는 정보 이외엔 누군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보니, 그럴싸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며 매력을 어필하거나 사정을 구체적으로 늘어놓으며 신뢰와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범죄조직이 피해자와 신뢰관계를 만드는 기간은 평균 한 달이다.
국정원은 로맨스 스캠 피해를 예방하려면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방이 각종 명목으로 송금을 요청한 경우 일단 사기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국정원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개인정보 공개를 최소화해야 하며, 사기가 의심될 경우 상대방의 계정이나 사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로맨스 스캠 계정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대방이 보내오는 증명서나 정보들이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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