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아트레터]다시 돌아온 마이애미의 아트페어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2021. 12. 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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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두려움에도 미술시장 활기
메가 디지털 아트 컬렉터 및 NFTs작품들 주목 받아
[서울경제]

코로나 기간 동안 중단됐던 미국의 휴양도시 마이애미의 아트페어들이 지난달 30일 아트 바젤(Art Basel)의 VIP의 오프닝을 시작으로 다시 열렸다. 메인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을 포함해 10여 개의 위성 아트페어들이 지난주 동시에 개최됐다. 개막 전날인 29일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여행 제한 초지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 전역은 많은 컬렉터들로 붐볐다.

달라진 점이 있다. 아트 바젤이 기존 백인 중심의 갤러리·아티스트들 선정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한 시도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아트 바젤에서는 단 한 곳도 흑인이 운영하는 갤러리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해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갤러리스트들의 갤러리가 포함됐다. 이번 마이애미 바젤에 참가한 253여 곳의 갤러리 중 16곳이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에 기반을 둔 갤러리로 선정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한국에서도 그간 꾸준이 참여한 국제갤러리 외에 갤러리현대가 아트바젤의 높은 문턱을 넘어 참가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곽인식·박현기를 비롯해 이승택·이건용·이강소부터 김민정·이강승 등의 한국작가들을 소개했다.

이 외에도 이번 마이애미 아트 바젤은 기존 바젤 페어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마이애미가 암호화폐 시장의 메카가 되기도 했고, 올해 초부터 시작된 NFT(대체 불가능 토큰) 돌풍과 맞물려 여러 종류의 디지털아트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글로벌 화랑인 페이스 갤러리는 스튜디오 드리프트와 뮤지션 돈 디아블로의 합작인 NFT작업을 가지고 나왔고, 첫날 VIP 오프닝 때 55만 달러에 즉시 판매됐다. 미국의 많은 언론들은 ‘디지털아트 컬렉터들’의 마이애미 방문을 집중 조명했다. 3,000여 점 이상의 디지털 아트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펠릭스 수 (Felix Xu)가 대표적이다. 우르스 피셔, 데미안 허스트 등 블루칩 작가의 디지털 아트도 소장하고 있는 펠릭스는 이번이 ‘첫’ 오프라인 아트페어 방문이었다고 한다. 작가·큐레이터 등 미술계 인사가 아닌 미술계 외부인사가 이렇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점도 마이애미의 풍경만큼 이색적이었다.

마이애미 아트 바젤이 열리는 동안 위성 아트페어로 ‘언타이틀드(Untitled)’가 개최됐다. 새로운 현대미술가를 발굴하려는 혁신적 아트페어 플랫폼으로, 제프 로손 (Jeff Lawson)이 2012년에 처음 설립했다. 언타이틀드는 아트 바젤의 VIP오프닝이 열리기 하루 전에 먼저 개막해 관객들을 맞았다. 이 아트페어는 전문적인 큐레이팅 팀이 있어 기존 상업적 갤러리를 포함해 비영리단체, 대안공간 성격의 갤러리들에게도 페어에 참가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아트 바젤과 같은 대형 아트 페어와의 차별점이다. 올해 언타이틀드 아트페어에는 145개의 갤러리들이 참가했다. 뉴욕에서는 트라이베카의 1969 갤러리(1969 Gallery)가 마리아 프라고소와 자렛 키의 신작들을 소개했고, 첼시의 프레드릭 앤 프레이저(Frederick & Freiser) 갤러리는 조슬린 호비, 아나 케닐리, 리지 런데이 등의 트렌디한 구상 회화를 가져와 그룹전을 꾸몄다.

앞서 살펴본 아트 바젤과 언타이틀드 아트페어가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에서 열렸다면, 다운타운에서도 여러 아트 페어가 열렸다. 그중 아트 마이애미(Art Miami)가 규모적으로 가장 크다. 32주년을 맞은 아트 마이애미는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이며 미국 내부에서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20~21세기 미술품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한 아트 페어로 잘 알려져 있다. 역시나 전시장은 전 세계의 컬렉터들로 북적였다. 기존 아트 페어가 프라이머리 마켓(1차시장)의 성격을 가진다면, 아트 마이애미는 세컨더리 마켓(2차 시장·한번 이상 판매된 작품의 재거래)에 집중한 갤러리들 부스가 많은 편이었다. 젊은 블루칩 작가인 에밀리 매 스미스, 로이 할로웰, 니콜라스 파티, 카우스 등의 작품들이 리세일로 판매되기 위해 여러 갤러리에 전시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아트 바젤의 오픈 다음날에는 ‘나다(NADA·New Art Dealers Alliance)아트페어’가 마이애미 다운타운에서 개막했다. 나다 아트페어에는 중·소형 갤러리들이 주로 참가한다. 규모는 작지만 미래의 유망한 블루칩이 될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미리 엿볼 수 있다. 뉴욕의 갤러리들 중에는 ‘The Hole NYC’가 지난 여름에 뉴욕 트라이베카 지점 개관전으로 보여줬던 ‘21세기의 세잔’ 페레즈 페레즈의 다양한 정물화를 전시했고, 또다른 트라이베카의 갤러리 ‘Deli Gallery’가 세르기오 미구엘의 페인팅과 사라 자파타의 조각들을 신작으로 가져왔다. 뉴욕의 ‘Anonymous 갤러리’는 최근 페이스 갤러리 그룹전에 포함됐던 카일리 매닝 (Kylie Manning)의 페인팅을 전시했으며 출품작 중 한 점이 마이애미현대미술연구소(ICA Miami)의 소장품으로 판매돼 주목을 끌었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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