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고에도 러시아는 정말 우크라 침공 강행할까

최서윤 기자 2021. 12.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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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 러시아가 내년 초 17만5000여 병력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여러 곳을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 러시아군 9만4000여 병력(미국 추산에 따르면 약 7만 병력)이 국경에 집결해 있으며, 러시아가 내달 말 대규모 군사공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최대 쟁점이었지만, 별다른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 직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 침공 시 러·독을 잇는 가스관 사업 노드스트림2를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두 눈을 보며 '2014년엔 하지 않았던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두 가지 의문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경고에도 정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인가. 그럴 경우 과연 미국과 유럽은 노드스트림2 중단 등 경제적 제재 외에도 군사적 개입을 결정할까.

◇푸틴 야망 어디까지인가…"옛 제국 재건"

미국의 영향력 있는 온라인 뉴스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유럽정책분석센터 전략연구부문장인 벤 하지스 중장은 "푸틴과 러시아 엘리트들의 최우선 목표는 벨라루스부터 우크라이나, 조지아까지 잇는 옛 제국을 최대한 재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이 비전의 중심이라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한 국민이었다'는 주장을 설파한 바 있다. 실제로 동유럽과 북아시아의 슬라브족 가운데서도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백러시아인이 동슬라브족으로 묶인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조금씩 위험한 지정학적 게임으로 끌려 들어갔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떤 장벽이자, 대(對)러 공세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적었다.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는 주권국가라기보다는 서방의 간섭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속국이었을 국가쯤으로 치부된다는 의미라고 Vox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지도 © News1

◇"우크라이나가 최전방"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대러 공세의 발판이 된다는 건 푸틴 대통령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러시아의 '세력권'을 재편하고 싶어 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사이의 '완충지대'이기도 하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가까워질수록 완충지대는 무너진다.

유럽·중앙아시아·국제위기그룹 프로그램 디렉터 올가 올리커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냉전 이후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과 크게 관련이 있다"며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이 국경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실제로 자국의 '본질적인 세력권'을 침식하고 있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즉, 러시아에 있어 "우크라이나는 '최전방'"이라고 올리커는 덧붙였다.

◇우크라·미·유럽 상황

▶젤렌스키 대통령 나토 가입 요구…러 레드라인 넘어: 2019년 당선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친러 분리주의자와 정부군간) 동부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담판 짓겠다고도 했다.

러시아 역시 당시에는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Vox는 분석했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맺은 민스크 협정대로 돈바스 지역이 다시 다시 우크라이나에 편입되고 지방선거를 치르는 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연한 인물이라면 러시아엔 우크라이나를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트로이의 목마'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와의 '파트너십'을 넘어 나토 가입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유라시아그룹 수석애널리스트 재커리 위틀린은 러시아가 오랜 기간 '레드라인'으로 설정해온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러시아가 지원하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장악하면서, 지난 7년간 계속된 분쟁으로 1만4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긴장 고조에 시달리는 동시에, 서방의 원조와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뉴스1 자료 사진

▶우크라 나토 가입 관련 서방의 복잡한 속내: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건 복잡한 문제다. 미국과 영국 등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와 안보 협력을 하고, 군사 훈련과 개혁을 도우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도 판매하고 있지만, 이 같은 파트너십은 상호 방어 의무를 수반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정식 가입은 결국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Vox는 짚었다. 우크라이나정치연구소 루슬란 보르트니크 소장은 "우크라이나와 나토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푸틴과 크렘린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식 가입'이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이미 나토의 비공식 회원국이 됐다는 게 보르트니크 소장의 분석이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를 다시 '제국'으로 편입시칼 정치·외교적 수단을 모두 잃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독일 외교위원회 펠로우 사라 파궁은 "모스크바 안보 엘리트들은 나토와 우크라 간 군사협력이 더 정교해지기 전에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소련 전철 밟은 미국…아프간 철군 '파장':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제네바에서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공식 발표된 '올봄(5월 말)'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주둔 병력을 일부 철수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유화 제스처였다.

그러나 8월 전후 탈레반에게 쫓기듯 이뤄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사태는 미국의 국내 혼란과 더불어 '약한 미국'의 징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고, 이에 미국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시각이 변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크탱크 유럽위원회 선임 펠로우 구스타브 그레셀은 "이제 러시아는 '미국이 강하고 자신들을 쫓아올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긴커녕, '미국은 약하다. 지난봄 우리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8월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IS 소행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발생한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021년 8월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숨진 미군 카렘 니코이는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2001년 태어난 '전쟁둥이'였다. 사진은 CBS8 온라인 보도 영상 갈무리. © 뉴스1

▶유럽의 혼란: 미국만 국내 현안 수습과 중국 대응 문제에 매몰돼 있는 게 아니다. 유럽은 친러 벨라루스와의 긴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로 인한 피로, 'n차 유행'을 거듭하는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이미 내부 위기를 겪고 있다. 유럽의 위기 동안 '리더' 역할을 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년 만에 물러났고, 프랑스도 내년 대선을 치른다.

이 같은 혼란은 푸틴 대통령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Vox는 지적했다. 러시아 역시 코로나 사태와 경제 악화 등 국내 문제가 골칫거리인 상황에서 2014년에 그랬듯 '모험(우크라 침공)'이 국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뉴저지 루트거스대 뉴어크의 소비에트 정치학 전문가 알렉산더 모틸은 러시아가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독립하지 말았어야 할 여기(우크라이나)를 탈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실수였고, 우리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유럽은 유사시 경제적 압박 외에 군사적 개입도 결정할까

미·러 화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동유럽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유사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우리의 대응 조치는 '미군의 직접적인 병력 동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실질적이고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이고 심각한 대가와 관련, "미국과 유럽 동맹국은 경제 측면의 대응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 공격에 맞서 미군을 배치할 것인지' 묻는 질의에 "그것은 (논의) 테이블 위에 없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당장은 없지만, 나토 회원국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는 남겼다.

Vox는 "미국과 나토 당국자들은 재차 '우크라 관련 러시아와의 전면 군사 충돌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훨씬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독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가스관 연결사업 노드스트림2 제재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지만, 독일 역시 피해를 입게 된다. 물론 국제결제시스템 스위트프(SWIFT)에서 러시아를 차단하는 등 다른 압박 수단도 있다.

Vox는 "반드시 '전면전'은 아닐 수 있다"며 러시아가 돈바스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는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동부 분쟁을 심화시키는 방식의 긴장 고조가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우크라이나를 다시 러시아의 영향력과 통제 하에 두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전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소비에트 정치학 전문가 모틸의 언급을 인용해 글을 맺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점령, 반란, 국가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성적인 지도자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푸틴이 과연 이성적이냐'는 것."

친러시아군 호송대가 2015년 2월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스타로베셰보 인근 최전선으로 이동하는 모습. © AFP=뉴스1 자료 사진

한편, 크렘린궁과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돈바스에서 도발하는 건 우크라이나이고, 접경지역에서 군사 증강에 나서고 있는 건 나토"라며 "나토의 동진과 접경지역에 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법적 보장을 얻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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