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50년 뒤 한국, 나이 환갑이면 '막내동생' 뻘입니다

세종=서일범 기자 2021. 12. 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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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0~2070 장래인구추계
지난해 이미 인구 정점 지나서 수축 시작
늙고 쪼그라든 한국사회 경제도 퇴행 우려
[서울경제]

최근 통계청이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 인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갈지 예측하는 주요 통계 자료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5년 마다 한 번씩 하게 돼 있지만 지난 2019년 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하기 위한 ‘특별 추계’가 한 차례 이뤄져 2년 만에 내용이 업데이트 된 셈입니다.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우리나라가 ‘아이 안 낳는 사회’가 된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그 속도가 현기증 날 정도로 더 빨라지고 있어서입니다.

주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총인구입니다. 불과 2년 전 특별인구추계 때만 해도 우리 총인구는 어쨌든 2028년까지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추계에서는 우리 인구가 지난해 5,184만 명으로 이미 피크를 지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별한 반전이 있지 않는 이상 우리 인구는 이제 내리막길을 탈 일만 남았다는 뜻입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 기준으로 보면 우리 인구는 2070년이 되면 3,153만 명까지 줄어들 게 됩니다. 이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고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던 지난 1969년 수준의 인구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인구 고령화입니다. 지난 2019년 추계에서 49.5세로 전망됐던 2030년 중위 연령(전 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은 이번 추계에서 49.8세로 더 높아졌습니다. 2040년 중위 연령도 같은 기간 54.4세에서 54.6세로 높아졌습니다. 우리나라가 점점 더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207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의 중위연령은 62.2세까지 높아져 환갑을 넘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이야 나이 환갑이면 어디를 가든 어르신으로 인정받지만 앞으로는 잘해야 ‘막내뻘’에서 벗어나면 다행인 셈입니다.

이렇게 인구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 경제도 급속히 활력을 잃게 됩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 일하는 사람보다 일자리 없이 노는 사람이 늘어나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저(低)출산 추세도 당초 정부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년 전 추계 때만 해도 올해 합계출산율이 0.84명을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이후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번 추계에서는 2024년 0.70명(중위 시나리오 기준)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저 출생아 수 전망도 당초 올해 29만 명이 탄생해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봤다가 2023년 23만 3,000명으로 저점을 6만 명 가까이 하향 조정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우울한 현실이 개선될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출산 대책이 모조리 실패했다면서 “초(超) 저출산 상태에서 탈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초저출산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이 1.3명 미만인 상태를 뜻합니다. 바꿔 말하면 임기 내 합계출산율을 1.3명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직전 1.17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으로 굴러떨어졌고 오는 2024년에는 0.70명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 영향이 장기화할 경우 출산율이 2025년에는 0.52명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통계청 경고입니다.

눈치 빠른 독자 여러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문 대통령도 어느 순간부터 공식 석상에서 출산율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쪽방촌에 노인이 홀로 앉아있다. /서울경제DB

사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고질적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집값 급등, 일자리 부족, 젠더 갈등 등 다양한 경제·사회적 원인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인구 추계와 관련해 엉뚱한 코로나를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혼인과 출산이 급감한 가운데 국가 간 이동 제한으로 인구 유입이 급감했고 코로나 회복 속도에 따라서는 총인구 추세가 증가로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식입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부동산이 세대 간 격차를 벌리는 심각한 문제가 됐는데 인구문제를 다루는 정부가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라며 “단순 육아 지원 같은 대증(對症)요법보다 근원적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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