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휩쓴 '인사 참사'..與野 '부실 검증' 발생한 까닭은?

김대영 2021. 12. 1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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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인사 참사 논란' 휩싸여
'조동연 사생활 의혹'..與 "인사 실패 아냐"
'김성태·함익병·노재승' 낙마..野, 자성 목소리
사진=연합뉴스


"평소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대통령이 되면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겠다."

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후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했던 발언이다. 두 후보가 '인사'의 중요성을 얼마나 크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선거대책위원회가 각각 공식 출범하는 등 표심잡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때아닌 '인사 참사 논란'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평소 두 후보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탓에 논란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조동연 사생활 논란에 여론 악화…與 "이혼 사유 묻는 게 검증은 아냐"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먼저 이 후보를 덮친 건 민주당 선대위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인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조교수의 사생활 논란이었다. 이 후보는 조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조 교수는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바로 우주·항공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이라며 "앞으로 성장하는 경제를 추구해야 하고 그 핵심은 미래 산업인데 그 중심에 조 교수가 각별히 관심을 두고 연구한 우주·항공 분야가 있다"면서 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조 교수의 혼외자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민주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의혹을 부인했고, 송영길 대표도 "당장 공직 후보자도 아니고 국회의원에 출마할 사람도 아닌데 10년 전 이혼한 사실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가족이나 개인사를 공격할 사안인지 국민께서 판단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조 교수의 사의를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교수가 직접 자신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는 혼외자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2010년 8월경 제삼자의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으나 폐쇄적인 군 내부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인해 외부로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 교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과열된 인재 영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인사 검증 실수"라며 "인사 검증 문제는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교수의 사생활 논란을 '인사 실패'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혼외자 의혹의 경우 어디까지나 사생활의 영역이므로 정당 차원에서 개인에게 그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행위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이혼 사유를 물어보는 게 검증은 아니지 않으냐"며 "(조 교수 영입을 두고) 사생활을 왜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탓하는 사람은 당 내부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3연속 인사 실패' 오명…전문가 "인사 시스템 자체 체계적이지 않아"

함익병 씨, 김성태 전 의원. / 사진=SBS캡처, 연합뉴스


윤 후보도 인사 참사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딸 부정채용'으로 2심에서 유죄를 받은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에 임명하고 "독재가 왜 잘못됐느냐",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씨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히면서다.

비판 여론이 퍼지자 김 전 대표는 "일신상의 문제로 당과 윤석열 후보에 누를 끼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깊은 고민 끝에 물러난다"며 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함 씨의 경우에도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본인과 상의한 후 공동선대위원장 내정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노재승 전 공동선대위원장의 '극우 발언' 논란이 터지면서 '3연속 인사 실패'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임명 직후부터 과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5·18은 폭동'이라는 영상을 공유하고, '정규직 철폐' 등의 주장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노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 작성 당시 상황 및 이유와 관계없이 과거에 제가 작성했던 거친 문장으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한 사람의 유권자 위치로 돌아가 근거리에서 확인한 윤 후보의 진정성을 알리며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라며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인사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수석대변인은 "검증을 철저하게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며 "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추가적인 인재를 영입할 것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깜짝 발탁 형식에 집착하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내의 검증된 훌륭한 청년들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재승 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선거가 임박하면서 빠르게 인재영입을 완료해야 한다는 부분에 집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인사 검증 시스템 자체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사 참사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선거 기간 정당으로서는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신속하게 영입을 완료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나올 수 있는 문제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검증 시스템 자체가 체계적이지 않다. SNS에서 했던 발언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회피한 것이고 정무적 판단으로 (논란이 일어난 발언들이) 상관이 없다고 봤어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선대위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시기적인 문제도 인사 참사가 일어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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