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겁내지 않는 무기를 없애라".. 파격 변신 시도하는 미군 [박수찬의 軍]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면, 동중국해나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양국의 공군이 최전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J-20 스텔스 전투기와 J-16D 전자전기 등을 잇따라 실전배치하고, 다수의 전투기를 연일 대만해협에 띄우는 것도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테러와의 전쟁에 장기간 발목이 잡혔던 미국도 공군력 재정비를 준비하려는 모습이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기종을 정리, 6세대 전투기를 포함한 첨단 기체를 도입할 기반을 마련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 공군 “현대화된 중국과 맞서려면 구식 기체 없애야”
캔달 장관이 지목한 구식 기종은 A-10 공격기, MQ-9 무인기, KC-10과 KC-135 공중급유기, C-130 수송기 중 일부 기체다. 아프간과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벌어진 테러와의 전쟁에서 위력을 과시했던 무기지만, 중국 공군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찰스 브라운 미 공군참모총장은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버려야 할 기종이 무엇인지, 현재의 군사력에서 미래의 능력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는 정말 힘든 결정”이라면서도 “오래되거나 유지비가 높은 기종, 고강도 교전에 적합지 않은 기종이 퇴역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러 조직과 중국은 차원이 다르다
미 공군의 노후 기종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거론됐던 사안이다. 미군이 A-10의 퇴역을 시도하자 지역구 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의회가 저지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논란은 이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갖는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이같은 기조를 크게 흔들고 있다. 아프간에서 철수한 미군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보다 훨씬 정교한 방공망과 공군력을 갖춘 국가를 상대로 A-10 등이 위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2019년 6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비행하던 미군 RQ-4 글로벌호크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요격미사일에 피격됐다. 이 사건은 “감시정찰 자산도 적 방공망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생존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됐다. 미 공군은 내년부터 RQ-4 24대를 퇴역시킬 예정이다.
이란보다 강력한 공군과 방공능력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려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장비가 필요하다.
바다 밑에 내려진 닻에 의해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미래 전장에서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는 미 공군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 공군은 극초음속 무기 장착이 가능한 F-15EX 전투기를 배치하면서 B-21 전략폭격기와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적 방공망 밖에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능력을 앞세운 무기들이다. 미 공군으로서는 이들 신무기를 배치할 ‘영역’을 사전에 확보할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변수는 의회의 움직임이다. 미국의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는 A-10 퇴역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중급유기를 비롯한 다른 기종들은 일부가 퇴역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공군은 주변국이 두려워할까
반면 1970년대부터 도입됐던 F-4E는 노후화가 심해졌다. AGM-142 공대지미사일 운용능력이 있지만, 사거리가 180㎞에 불과하다.
F-5는 AIM-9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한국형유도폭탄(KGGB)을 제외하면 비유도폭탄만 탑재가 가능하다. 그나마 무장탑재량이 적고 비행거리도 짧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만든 북한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기종이다.
2000년대 도입됐던 F-15K는 한동안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로 평가받았으나 일본 F-35A, 중국 J-20, 러시아 SU-57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성능개량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국산 경공격기 FA-50은 AIM-9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AGM-65 공대지미사일 등을 장착하지만, 사거리가 30㎞ 수준이다. 해외 수출 촉진 등을 위해 공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현 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얼핏 보면 한국 공군은 막강한 위력을 보유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주변국을 압도할 수 있는 기종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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