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절반이 중간에서 '지금도' 사라진다

김준범 2021. 12. 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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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꼭 3년 전 오늘 새벽, 고 김용균 씨가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참사 이후 여러 대책이 쏟아졌고, 하청 노동자들의 급여를 적정하게 보장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잇따랐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개선됐을까요.

김준범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발전소 5년차 전기정비원 김영훈 씨.

원청은 한국서부발전, 1차 하청 한전KPS, 그 아래 재하청인 민간업체 소속입니다.

최근 노무비 내역을 확인하고,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김영훈/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 "분노를 넘어서 정말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좀 충격이었고요."]

원청이 책정한 노무비를 정비 인력 수로 나눠 보니 1인당 평균 1억 원 정도였지만, 김 씨와 동료가 받은 실제 급여는 평균 4천9백만 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영훈/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 "반토막이 난 거죠. 이렇게 심할 줄은 전혀 몰랐죠. 그 이유조차 몰랐거든요."]

중간에서 하청과 재하청 업체가 노동자의 몫을 착복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노무비 전용계좌'가 도입됐지만 한전KPS는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태성/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 자문위원 : "(한전KPS가) 공공기관의 역할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최근에 노무비를 착복하는 구조를 확인했습니다."]

한전KPS는 오해라고 반박했습니다.

지원 인력까지 감안하면 1인당 노무비는 7천8백만 원이고, 각 단계별로 적정한 관리 비용을 공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내년부터는 자발적으로 '노무비 전용계좌'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남습니다.

한전KPS의 약속이 지켜져도, '노무비 전용계좌'는 발전소 하청의 절반인 정비 부문에만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김용균 씨와 같은 운전 부문은 정규직화로 해결하면 된다며 급여 대책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이태성/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 자문위원 : "운전 분야는 정규직화 하니까 정규직화를 한 뒤에 처우 개선하면 된다며 정규직화에 모든 걸 미뤄뒀고."]

3년째 공전중인 정규직화와 여전한 위험의 외주화.

심지어 그 위험의 대가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항변입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김현석

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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