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규범이 촘촘한 문화 가진 국가, 코로나19 피해 적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1. 1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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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문화권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성향에 따라 문화권을 나누는 것이 한 가지 대표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권의 개인들은 심리적으로도 (성취보다 실패를 막는 것에 더 큰 중점을 두는) 예방 지향적이며, 행동이 조심스럽고 의무감이 강하며 자기통제력이 강한 편이며 자기 검열 또한 더 잘 하는 편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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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로 다른 문화권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성향에 따라 문화권을 나누는 것이 한 가지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 외에도 사회적 규범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구성원들의 행동을 촘촘하게 규제하는지, 아니면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에 대해 관용적인지 여부에 따라 빡빡한 또는 느슨한 문화권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 매릴랜드대 미셸 겔팬드 심리학과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빡빡한 문화권의 사람들은 느슨한 문화권의 사람들에 비해 일상 생활에서도 행동 선택의 반경이 좁고, 모든 행동이 외부의 평가에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사회적 처벌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이런 문화권의 개인들은 심리적으로도 성취보다 실패를 막는 것에 더 큰 중점을 두는 예방 지향적인 성향을 보인다. 또 행동이 조심스럽고 의무감이 강하며 자기통제력이 강한 편이며 자기 검열 또한 더 잘 하는 편이라고 보았다. 

겔팬드 교수 연구팀은 33개국 6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실제로 빡빡한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느슨한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눈치를 많이 보고 의무감이 강하며 자기통제력이 좋은 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빡빡한 문화를 보이는 국가들은 느슨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과거부터 인구 밀도가 높고 천연 자원과 물, 고기, 음식이 부족한 편이었고 자연재해, 영토 분쟁 또한 많이 겪은 편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독재 정권이 들어섰던 적이 있고 언론의 자유도가 낮은 편이었다. 경찰력이 강한 한편 범죄율은 낮은 편이었다. 

참고로 한국은 상당히 빡빡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구분된다. 호주, 벨기에, 브라질, 프랑스,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이 느슨한 문화권에 속한다. 반면 한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이 빡빡한 문화권에 속한다. 영국과 미국은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최근 겔팬드 연구팀이 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게재한 연구에 의하면 인구수 대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에서 빡빡한 문화를 가진 국가들이 느슨한 국가들에 비해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모두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빡빡한 국가에 비해 느슨한 국가에서 평균적으로 확진자수는 5배, 사망자 수는 8.7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문화적으로 빡빡한 정도가 높은 국가들 (x 축)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백만명당 확진자 수(y축) 수가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빡빡한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느슨한 문화권 사람들에 비해 '획일화된 기준' 같은 외부의 압력을 많이 받고 눈치를 많이 보는 등, 자유도가 떨어지는 만큼 행복도가 낮은 편이다. 지나치게 말을 잘 들으며 사는 만큼 개개인은 피로하지만, 팬데믹처럼 행동통제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특성이 다수의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문화에도 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마스크 쓰기 같은 안전 수칙에 큰 거부감을 갖는 것에 대해,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허락되던 느슨한 문화권에서 점점 규제가 강조되는 빡빡한 문화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일괄적으로 빡빡하거나 느슨하기보다 강력한 행동통제가 필요한 곳에서 빡빡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느슨해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이루는 문화를 가질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빡빡함과 느슨함에 있어 중간 정도의 점수를 보이는 국가들이 가장 좋은 결과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그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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