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17일 수능판결 하루뒤에 수시합격자 발표 불가능" 난색

조유라 기자 2021. 12. 11.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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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대입 혼란]
"점수 확정되면 다시 평가해야".. '수시 최저등급 적용' 대학들 곤혹
정시모집 일정은 기존과 동일.. 수시서 이월되는 인원 파악은
정시 원서접수 하루전에야 가능.. 수험생 눈치작전 치열해질 듯
내 점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10일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전날 법원이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효력을 일단 정지키로 결정하면서 해당 과목 응시자 6515명은 생명과학Ⅱ 성적이 빈칸으로 된 성적표를 받았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실시 후 대입 일정이 조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학과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새로운 일정을 맞추려면 대학들은 하루 안에 수시모집 합격자를 추려내야 한다. 대학들은 합격자 확인 시간이 짧은 탓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또 수시 이월 인원 파악이 정시 원서 접수 하루 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수험생들도 지원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선고 다음 날 합격자 발표…대학들 “불가능”

10일 법원이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선고일을 17일 오후 1시 30분으로 결정하면서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입 일정 변경안을 내놨다. 생명과학Ⅱ 응시생들은 17일 오후 8시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수능 성적증명서 온라인 발급 시스템을 통해 해당 과목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수시 일정은 통째로 순연된다. 현재 학교나 전형의 종류에 따라 진행 중인 수시 합격자 발표의 마감이 16일에서 18일로 미뤄졌다. 미충원 등록 기간을 포함한 수시 등록 기간은 28일로, 등록 마감은 29일로 변경됐다. 정시 모집 일정은 기존과 동일하다. 교육부는 수험생과 대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들은 “수시 합격자 산출을 하루 만에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특히 수시 최저등급을 적용하는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 A대 관계자는 “합격자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돌려 중복 체크하는 과정만 하루 이상이 걸린다”며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을 제외하고 합격자를 추려 놓는다고 해도 해당 과목 점수가 확정되면 모든 수험생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B대학은 “직원들이 밤을 새우면 합격자 발표는 가능하겠지만 오류를 검토할 시간은 부족하다”고 전했다.

수시 일정 변경으로 정시 원서 접수에서 눈치작전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 원서접수 시작인 30일 직전인 29일 저녁에야 수시 이월 인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은 문·이과 통합으로 진행돼 합격선 예측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면서 “여기에 더해 정시 선발 규모를 파악하는 것까지 어려워지면서 수험생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일단 수시 일정만 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으나 1심 재판 이후 어느 쪽이 패소하든 항소 가능성도 있어 혼란이 조기에 마무리될지도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 일정은 변화 없다”면서도 “평가원에서 1심 결과에 따라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불수능’에 오류 논란까지…수능 신뢰 훼손

1994학년도 입시 때 수능이 처음 실시된 후 출제 오류가 인정된 것은 2017년까지 총 8문제였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세계지리 문제 오류로 법정 공방이 벌어졌고, 2015년도에는 영어와 생명과학Ⅱ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그러나 모두 수능 성적 통지 전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거나, 통지 이후 법원 판결이 나와 대입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 2021학년도 수능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입 일정이 2주씩 순연됐으나 3월에 미리 공지돼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육부와 평가원의 안일한 대처가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주장한 수험생들은 2일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강태중 평가원장은 성적 통지 하루 전인 9일 브리핑에서 “(가처분 인용 여부에 대한) 시뮬레이션 절차를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법원 결정으로 정답 효력이 정지되고 1심 선고가 17일로 정해지면서 수시 일정 전체에 차질이 빚어졌다. 교육부와 평가원, 대학들이 대입 일정을 감안해 14일 오전까지 판결을 내려줄 것을 다급하게 요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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