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팀 버튼이 상상했던 우울한 수퍼맨
팀 버튼의 위대한 세계ㅣ이레네 말라 지음ㅣ 문주선 옮김ㅣ 바둑이하우스ㅣ224쪽ㅣ3만2000원
누구나 한번쯤 ‘수퍼맨’을 꿈꾼다.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퍼맨’ 만화책 초판본을 수십 억원에 사들일 정도로 진심이었던 남자, 아들 이름을 ‘수퍼맨’의 본명(칼엘)에서 따와 지은 남자, 그러나 어쩐지 근육질의 수퍼 히어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 그러던 그가 1996년 영화 ‘수퍼맨 리브스’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다들 의아해한다.
그를 낙점한 사람은 바로 세계적 영화감독 팀 버튼(63)이었다. 강력한 초인이 아닌 가장 우울한 수퍼맨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이 괴짜 감독의 상상력은 1989년 작 ‘배트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퍼 히어로 영화의 첫발이자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영화에서, 그가 지목한 주인공은 마이클 키튼이었다. 당시에도 반대가 극심했다. 제작사에 항의 투서가 빗발쳤다. 팀 버튼은 항변했다. “배트맨은 근육질 사나이가 아니다. 자신이 강한 사람이라고 믿기 위해 스스로 변장하는 평범한 남자다.”
이 책은 세계적 영화감독 팀 버튼의 작품을 소개하며 그의 세계관을 종합해 설명하는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가위손’ ‘화성침공’ ‘찰리와 초콜릿 공장’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 그가 남긴 찬란한 유산에 대한 촌평이 그의 열렬한 팬이자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의 재치 있는 한 컷 그림과 맞물리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유년 시절 일화부터 작품 분석에 이르기까지 인물에 대한 압축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터무니없는 판타지를 몽환의 아름다움으로 바꿔내는 팀 버튼의 철학을 잊지 않는다. “나는 늘 현실이니 정상이니 하는 단어가 싫었어요. 누군가에게 정상인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정상일 수 있으니까.”
니컬러스 케이지는 그러나 결국 ‘수퍼맨’이 되지 못한다. 쫄쫄이 슈트까지 챙겨 입고 사진 촬영도 마쳤으나, 여러 악재가 겹쳐 제작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어떤 꿈은 그저 꿈으로 남는다. 그러나 실패는 아니다. 저 그림 한 장처럼, 사람들은 지금도 ‘수퍼맨’이 된 니컬러스 케이지를 상상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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