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에 '관심' 빼앗겨.. 차라리 '멍'을 때리자

곽아람 기자 2021. 12.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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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제니 오델 지음|김하현 옮김|필로우|352쪽|1만6000원

“나는 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이것은 어쩌면 감각 박탈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환하게 빛나는 자그마한 성과 지표의 세계는 산들바람, 빛과 그림자, 통제할 수 없고 형언할 수도 없는 구체적 현실로 내게 말을 거는 내 눈앞의 세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저자는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분노와 불안을 유발하는 건 ‘관심(attention)’의 주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관심경제’는 인간의 관심을 도구화해 이윤을 얻는다. 소셜미디어는 이용자의 관심을 더 오래 묶어두기 위해 자극적 콘텐츠를 배치하며, 사람들에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박탈한다. ‘가짜 뉴스’도 ‘관심 경제’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매체들은 서로 뒤처지지 않으려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속보를 쏟아내고, 독자들은 이에 휘둘리다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대규모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탈퇴하는 것보다 대규모로 관심을 이동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 사람들이 자기 관심의 통제권을 되찾고 모두 함께 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휴대폰의 각종 알람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대, 많은 이가 ‘불멍’ ‘물멍’ ‘향(香)멍’ 등을 ‘때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이런 현실에서 누구나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주제를 철학적 사유로 풀어냈다. 저자는 아파트 베란다를 방문하는 새, 집 근처를 흐르는 강, 도움이 필요한 이웃 등 “가까이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에 주의를 돌리며 ‘온라인 공해’에 찌든 뇌를 헹궈낸다. 자연에서 치유받는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비범한 문장으로 아름답게 풀어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추천했다. 원제 How to do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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