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행의 뉴욕 드라이브] 크림치즈가 사라진 뉴욕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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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의 한 빵집. 주문한 베이글에 크림치즈가 평소보다 얄팍하게 올려진 것 같았다. 갸우뚱하고 있으니 지인은 “이 정도면 괜찮은 거다. 난 어제 다른 식당에서 베이글을 주문했더니 종업원이 ‘크림치즈가 없다’며 버터라도 바르겠냐며 주길래 경악했다”며 “여기 뉴욕 맞느냐”고 말했다.
뉴욕을 상징하는 빵 베이글이 크림치즈 품귀 사태로 위기다. 19세기 뉴욕에 이민 온 가난한 유태인들이 주식으로 삼았던 베이글은 담백하면서 다소 뻑뻑하다. 다양한 맛의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베이글 구멍으로 터져나올 정도로 듬뿍 발라먹는 게 뉴욕 스타일이다. 뉴요커들은 일요일 아침의 베이글을 ‘신성한 식사’로 칭하고, 베이글에 크림치즈, 연어를 올린 샌드위치를 ‘삼위일체’로 표현하며, 정치인 등이 베이글과 어떤 크림치즈를 조합해 먹는지를 두고 취향과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크림치즈 부족 사태가 시작됐다. 물류 대란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 변이 오미크론 공포로 인해 뉴요커들이 연말 연휴를 앞두고 크림치즈를 냉장고에 쟁여두기 시작한 반면, 크림치즈 생산·포장·운송 모든 단계에서 필요한 인력이 더욱 줄어들며 크림치즈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전했다. 미 물류 대란은 통상 해외에서 배를 타고 오는 공산품에 국한된 것으로 여겼던 뉴요커들은, 미국산 신선식품인 크림치즈까지 품귀가 빚어지며 일상을 위협하는 데 대해 충격을 받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뉴욕의 유명 베이글 맛집 주인들은 “크림치즈 값이 2주 새 8배나 뛰었다. 45년간 장사를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 “하루에 크림치즈를 50파운드(22.6㎏)는 가져다놓고 장사해야 하는데 3파운드(1.3㎏)로 버틴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 현지 매체들은 유명 업체들을 돌며 크림치즈의 두께를 측정해 보도하고 있다. 일부 빵집은 “베이글과 크림치즈의 비율을 타협할 수 없다”며 적자를 보면서도 예전처럼 크림치즈를 두껍게 발라 유명세를 타는가 하면, 직접 크림치즈 제조에 나서기도 한다. 크림치즈를 주원료로 하는 뉴욕 치즈케이크 생산 역시 각 업체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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