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공기청정기를 추첨으로 구매? 학부모들 "성능을 비교해야지" 반발

김은경 기자 2021. 12. 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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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필요 기능 갖춰 KS규격인증 제품만 추첨할 것"

경기 김포시에 사는 김모(38)씨는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지난달 22일 전면 등교에 들어간 이후 걱정이 많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선 교실 공기를 자주 환기해야 하는데,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잦은 겨울이 되면서 마음 놓고 창문을 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있어도 밀폐된 실내 공기가 순환되면 바이러스가 더 멀리 퍼질 수 있다면서 잘 켜지 않는다고 한다”며 “최근 며칠 미세 먼지도 심해서 환기를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라고 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전면 등교를 시작하며 교실 공기 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올겨울 교실 3만7400여 곳에 공기순환기를 한 대씩 도입하기로 했다. 공기순환기는 창문을 열지 않고도 실내 공기를 밖으로 빼고 바깥의 공기를 필터로 걸러 실내에 공급해주는 일종의 환기 장치다.

그런데 교실에 설치할 제품을 사실상 추첨으로 선정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별로 공기순환기 업체 30여 곳 가운데 무작위로 2곳을 뽑은 뒤, 가격과 가산점 항목을 반영해 한 곳을 최종 선정하도록 했다. 수출 중소기업이나 여성·장애인 기업이면 가점을 준다. 특정 제품을 직접 골라 구입하는 학교도 있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공동 구매하는 학교가 86%로 대부분이다.

학부모들은 추첨이 아니라 제품별 성능을 비교해서 선택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품마다 필터 두께가 최소 1㎝부터 8.5㎝까지 다양하고 0.3㎛ 크기의 극초미세 먼지까지 거르는 필터가 들어간 고성능 제품도 있는데, 무작위 추첨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남시에서 초등학생 딸 둘을 키우는 이영경(41)씨는 “필터가 얇거나 초미세 먼지까지 잘 걸러지지 않는 제품이 선정될까 봐 걱정된다”며 “학생들 건강을 복불복 뽑기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체 주기가 짧은 얇은 필터가 들어간 공기순환기를 설치했다가, 수명이 다한 필터를 제때 갈아주지 않아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교실 안으로 유입될 위험도 우려한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제품마다 세부 사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부 KS규격인증을 받아 환기 설비로서 필요한 기능을 갖춘 제품만 대상으로 추첨한다”며 “필터 두께 등 평가 기준을 교육청이 임의로 추가하면 공정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최소한의 기준을 맞춘 제품이 아니라, 최선의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며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공기순환기는 책걸상이나 연필 같은 다른 비품을 살 때보다 더 엄격하게 골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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