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詩의 뜨락]

2021. 12. 1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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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뒤안 빈터
달배미 밭을 하나 더 만들었다
마당 꽃밭에 흙을 들일 겸

젖은 돌들이
호미 끝을 거부한다
끝은 늘 부딪친다
끝부터 닳는다
닳는 부분이 끝이 되어
다시 돌 끝에 닿는다
수도 없이 올라오는 돌멩이들
큰 돌 하나 빠지면
돌 크기만큼 밭이 된다
허리를 숙여야
호미 끝에 땅에 닿는 법
끝이 되기 위해 끝을 벼리는 호미
세상은 늘 끝이 썼다

-계간지 ‘창작과비평’(2021년 겨울호) 수록

●김용만 시인 약력

△1956년 전북 임실 출생. 1987년 계간지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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