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쉬러 온 일본, 오미크론 방역 혼란에 지진 겹쳐 불안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이번에 7번째 격리다. 그중 한 번은 한국에서 시설격리도 경험했다. 일본에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자가격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이번엔 한국처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매일 몸 상태를 보고해야 했다. 전화가 걸려 오면 동영상으로 집에 있는 나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등 관리를 받게 됐다.
그래도 근처 편의점에 외출하는 것 정도는 허용되기 때문에 매일 잠깐씩 집 밖에 나가서 기분 전환하고 있다. 한국처럼 한 발자국도 집에서 못 나가는 격리보다 훨씬 심신의 건강에 좋은 것 같다. 사실 출국 전후에 PCR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감염 리스크도 낮을 것이다.
일본 자가격리, 편의점 외출은 허용
이날은 야마나시(山梨)에서도 진도5약의 지진이 있었다. 야마나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 후지산(富士山)이 있다. 분화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함을 느꼈는데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화산 활동과 직접 상관없다”고 밝혔다. 한국에 있으면 큰 지진 아니면 일본에서의 지진을 일일이 보도하지 않지만 일본에 있으면 뉴스 속보가 나오기 때문에 지진이 잦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에 돌아오기 전 분당에 있는 서현고에서 ‘악화된 한·일 갈등, 실마리는 문화에 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학생들 질문 중에 “자유민주당은 어떠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꾸준한 신뢰를 받고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이 질문에 답하면서 일본은 지진이 잦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정의 어떤 정책 때문에 자민당을 지지한다기보다 한국에 비해 일본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오래 여당을 맡아 온 자민당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답한 것이다. 그 배경엔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아 원하지 않아도 변화를 겪게 되는 것 때문에 되도록 그 외의 변화는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건 내가 일본에서 살면서 느낀 개인적인 의견이다. 물론 큰 재해를 직접 겪는 일은 많지 않지만 일본 어딘가에서 일어난 재해에 대한 뉴스는 아주 많다. 그런 뉴스를 보다 보면 그냥 무난하게 정치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특히 2009년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2011년에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후 심리가 그랬다. 역시 원래대로 자민당에 맡기자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민주당 정권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원전사고까지 터지고 뒷수습에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자민당이었다면 얼마나 잘 수습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정치에 관한 관심은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높다. 위의 질문 외에도 일본 헌법 개정이나 한·일 관계에 대해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본은 총리를 직접 선거로 뽑을 수가 없다. 나에게 이번 대선 후보에 대한 생각이나 주변의 의견을 전해 준 한국 지인이 “일본은 이런 재미있는 정치 이벤트를 안 한다니 불쌍하다”고 했다. 지인은 “5년에 한 번 한국이 크게 바뀔 수 있는 빅 이벤트”라고 했다. 큰 변화를 원하지 않는 일본사람한테는 안 맞는 이벤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당을 오래 맡고 있다고 자민당이 능숙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의문이다. 자가격리 중 가장 놀랐던 건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에 관한 대응이다. 내가 일본에 귀국한 건 11월 28일이었는데 일본 정부는 30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했다. 이 뉴스를 보고 “한국에 못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서 연락해 준 사람도 있었다. 한국이 일본과 같은 조치를 취하면 나는 한국에 못 돌아간다. 나처럼 장기체류자격을 갖고 일시적으로 자기 나라에 귀국한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되면 당사자들은 정말 곤란하다. 한국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신규 비자 발급은 어려워졌지만 장기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한 적은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일본의 조치는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사히신문 사설에서도 “국내에 주거나 직업, 가족, 사회보장 등 생활 기반을 가진 사람까지 장벽을 만드는 건 불합리하다”라고 비판하는 걸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한국 코로나 대책 일본보다 안정적
그렇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국토교통성이 일본에 도착하는 국제항공편의 신규 예약 접수 중단을 항공사에 요청한 것이다. 나는 이 뉴스를 본 순간 “말도 안 돼”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해외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전용기를 띄워서라도 자국민을 귀국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본사람도 포함해서 해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본행 비행기를 예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설마 한국도 같은 조치를 취하진 않겠지 생각하면서도 얼른 한국에 돌아갈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신규 예약 중단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서 바로 철회했다. 12월 2일자 신문 조간에는 예약 중단 요청 기사가 나오고, 석간에는 예약 중단 요청 취소 기사가 나왔다. ‘조석변개(朝夕變改)’ 그 자체다. 황당하지만 그나마 비난을 받고 바로 철회한 건 다행이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코로나19에 관한 대책은 일본보다 안정적으로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인에 관한 일은 가끔 황당한 때가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 운전을 하려고 일본 운전면허증을 한국 면허증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았을 때다. 제출 서류에는 당연히 일본 면허증이 있었는데 한국 면허증을 발급받으면서 일본 면허증은 돌려주지 않았다.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에 일본에 출국할 때 비행기 티켓을 가지고 오면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왠지 인질로 잡힌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외국인 노동자 여권을 사업주가 보관하는 문제는 들어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 한국 지인들한테 하면 대부분 “황당하다”고 화를 낸다. 실제로 민원을 넣어 주기도 했다. 일본 지인들은 대부분 “출국 전에 돌려준다잖아”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한국사람들은 불합리한 일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외국인에 관한 일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적어 개선이 안 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전 아사히신문 기자.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동국대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이다. 2020년 한국에서 에세이집 『어디에 있든 나는 나답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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