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美 송환 가능성 커졌다… 英법원, 1심 뒤집어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1. 12. 1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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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9일 주영국 에콰도르대사관 발코니에 서 있는 줄리안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립자. /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수십만건을 해킹한 뒤 폭로해 간첩 혐의로 기소당한 줄리언 어산지(50) ‘위키리크스’ 창립자가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는 10일(현지 시각) “미국이 제기한 범죄인 인도 소송의 항소 판결에서 영국 고등법원이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어산지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미국 송환을 불허한 지난 1월 영국 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미국은 당시 어산지가 심각하게 아프지도 않고, 자살할 위험도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고등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미국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특히 미국이 “어산지를 특별 감옥이나 흉악범 교도소에 가두지 않고 인도적으로 대우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간첩 혐의 재판을 피하기 위해) 미국 송환을 피해 왔던 어산지 측에 큰 타격”이라며 “이젠 영국 대법원에 상고하는 마지막 방법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호주 출신 해커인 어산지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미국 국무부 외교 문서 25만건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8)의 도움을 얻어 미국 정부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미국은 그를 간첩 혐의로 2010년 국제 수배했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기소해 그의 송환을 끈질기게 추진해 왔다.

유럽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어산지는 스웨덴 여성 2명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지난 2010년 스웨덴에서 기소됐고, 곧바로 영국에서 체포돼 수감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나왔다. 이어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망명 요청을 해 이곳에서만 7년을 지내며 미국 정부에 대한 추가적인 폭로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장기간 어산지를 보호해온 에콰도르가 어산지에 대한 망명 허가를 철회하면서, 2019년 4월 그는 영국 경찰에 체포되어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지금까지 수감 중이다. 어산지는 이 와중에 에콰도르 대사관 피신 시절 만난 여성 변호사와 옥중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2명의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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