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30%가 겪는 '지방간'..정기적 간섬유화 검사로 악화 막아야 [의술인술]

나은희 건협 건강증진연구소장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2021. 12. 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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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5세 여성 A씨는 올해 초 건강검진을 받고 의사로부터 “지방간(중등도 이상)과 고지혈증이 있으며, 지방간을 관리하지 않으면 간경화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는 있었지만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고 특별한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이전부터 지방간이 있다는 말은 들어왔으나 ‘비만(체질량지수 28.8)이라 그러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61세 남성 B씨는 정상체중(체질량지수 23.0)으로 당뇨병 약을 7년 동안 복용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건강검진 결과 지방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술도 마시지 않고 체중도 정상이어서 지방간이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초음파를 이용한 간섬유화검사에서 제2기의 간섬유화 결과가 나왔다.

지방간은 간에 중성지방이 쌓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질환자가 성인의 30% 정도(남자 40%, 여자 20%)로 보고되며, 이는 비만이나 당뇨병 유병률 증가와 비례하고 있다. 지방간의 병인으로는 음주, 비만, 이상지질혈증(혈중의 중성지방이 증가하거나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감소), 인슐린저항성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간에 지방이 쌓이는 단순지방간이다. 하지만 더 진행되면 간에 염증이 생기고 이에 섬유화가 동반되는 지방간염으로 진행하게 된다. 지방간염에서 섬유화가 더욱더 진행되면 결국에는 간암의 위험인자인 간경화(간경변)가 나타난다.

진행된 간경화는 간 이식만이 치료법이지만 섬유화가 경미한 초기의 지방간염 단계에서는 금연, 절주, 식이요법 및 운동 등의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정상 간으로 되돌리거나 간경화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위의 A씨의 경우에도 필자가 있는 기관의 지방간 관리 프로그램에 6개월 동안 참여해 운동, 식이요법 등의 생활습관 관리에 의해 체중을 2㎏ 감량하고 지방간도 경도의 지방간으로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간의 자기공명탄성검사(MRE)에 의한 간섬유화검사에서 제2기 섬유화가 6개월 관리 후 제1기 섬유화(정상 수준)로 호전됐다.

지방간이 간경화로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기의 지방간염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증상이 없어 무심코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지방간이 있는 사람들에서 간섬유화에 대한 정기적인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간섬유화·간경화 정도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간조직검사가 있지만, 이는 간에 주사침을 넣어서 간 조직을 떼어내는 방법이므로 환자들에게 부담이 크다. 근래에는 간섬유화검사로서 비침습적인 혈액검사나 영상검사가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비침습적인 영상검사를 이용하면 건강검진에서도 부담 없이 간섬유화 검사가 가능하다.

필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건강검진자들에서 이러한 영상검사로 간섬유화 검사를 했을 때, 지방간이 있는 사람들의 10%가 지방간염 및 진행된 간섬유화가 동반된 지방간질환자들이었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거나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낮거나 간기능검사 수치의 이상 및 비만 유무와 관계없이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서는 간섬유화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그러므로 지방간이 있는 사람들, 특히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간섬유화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섬유화가 진행되기 전의 지방간염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간경화로의 진전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은희 건협 건강증진연구소장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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