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무민' 작가의 마지막 장편 [책과 삶]
[경향신문]
페어플레이
토베 얀손 지음·안미란 옮김
민음사 | 156쪽 | 1만3000원
욘나는 마리에게 직접 찍은 비디오 영상을 보여준다. 도중에 오랫동안 새까만 화면이 나온다. 마리는 말한다. “너 여기는 잘라야겠다. 아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를 거야. 너무 어두워.”
욘나는 답한다. “여기는 아주 까매도 상관없어. 마리가 거기 있었으니까. 안 그래?”
다른 이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할 때도 사랑하는 대상이 거기 있음을 아는 이는 그 순간을 충만하게 감각한다. <페어플레이>는 욘나와 마리, 두 사람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무민> 시리즈와 <여름의 책> 등을 쓴 토베 얀손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외딴 섬 작은 오두막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그의 연인 툴리키 피에틸레와의 삶이 녹아 있다.
욘나와 마리는 닮은 점이 별로 없다. 욘나는 냉정하고 꼼꼼한 반면 마리는 뜨겁고 직관적이다. 둘 다 아버지 이름이 빅토르인 점 정도가 유일한 공통점인 듯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경험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산책과 같다. 서로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각자의 앞을 봤다가, 종종 서로의 시선 속에 들어온다. 아무리 오래 사랑해도 도무지 화해할 수 없는 영역을 두고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을 때는 서로를 혼자 둔다.
얀손은 서로에게서 완전히 분리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선물 같은 고독의 기쁨도 부정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함께하는 긴 여정 속에서 거듭 서로를 새로 발견하고 이해해 나간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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