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PD, 타인의 세계를 여행하다 [책과 삶]
[경향신문]
타인을 듣는 시간
김현우 지음
반비 | 232쪽 | 1만5000원
존 버거는 그의 책 <제7의 인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듣고 이해하려면 “그 세계를 분해해서 재조립해봐야 한다”고 했다. 부자는 빈자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타인의 세계에서는 “사실들의 별자리 자체가 다른 것”이다.
책의 저자는 이런 시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쓰고자 했다. 다큐멘터리 PD이자 작가인 저자는 외국인 노동자, 공장 노동자, 성소수자, 학교폭력 가해 학생,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으면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행위에 대해 자주 고찰한다.
운동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저자는 컨테이너선 위에 올랐다. 운동화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입고 쓰는 것들 뒤에 있을 수많은 얼굴에서 그들의 삶을 전해듣고 싶었다. 그는 배 위에서 미얀마 국적의 선원들을 만난다. 이들과 이야기하며 저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만나면서 비로소 그들의 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적은 조지 오웰의 글을 떠올린다. 성소수자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는 당사자 및 그들의 가족들을 만났다. 1년 동안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애인 커플 혹은 장애인·비장애인 커플들을 만나면서는 ‘극복’과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자 노력했다. 서로가 속한 세계를 구분 짓는 태도로는 어떤 대화도 의미 있을 수 없다.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다 보면 가끔은 모든 노력이 무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만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자리를 바꾸어 앉고, 내 세계를 타인의 관점에서 다시 맞춰봐야 한다. 너와 나의 연대는 항상 그럴 때 승리해 왔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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