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동맹국' 다급한 바이든
[경향신문]
프랑스, ‘베이징 보이콧’ 거부
미 우크라 대응, 동유럽 ‘술렁’
바이든 “군사력 증강” 진화
미국이 9일(현지시간) 110여개국 정상이 참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지만, 미 동맹국들의 ‘단일대오’에 불안한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프랑스가 미국이 주도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는 등 내부의 온도차가 확인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진화에 나서고, 중·러는 동맹국 간 이견을 부각시켰다.
미 동맹국들 간의 입장차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를 계기로 떠올랐다.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동맹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자 외교안보협의체)와 정보 공동체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자 기밀정보 동맹) 소속 국가들을 중심으로 보이콧에 동참하는 행렬이 이어졌으나, 일부 동맹국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못한 것이다. 실제 프랑스는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내겠지만, 올림픽을 정치화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프랑스가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점도 있지만 오커스에 따른 앙금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는 오커스 결성으로 호주와의 잠수함 구매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피해를 입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동맹 내 이견을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며, 10일까지 러시아와 최소 4개국의 나토 회원국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상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대응은 타협으로 비치며 러시아의 위협에 민감한 동유럽 나토국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벨라루스와 갈등 관계인 폴란드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이후 혼란과 분노가 섞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체코·폴란드·우크라이나·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나토 9개국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하면서 동유럽 지역에 군사력 증강을 약속했다. 이들 국가가 모르는 사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합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 동맹 내부의 이견을 파고들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불안한 동맹’ 제목의 기사에서 올림픽 보이콧과 관련된 미 동맹국들의 온도차를 강조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두고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막 도망친 미국이 민주주의에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모욕하는 데 애를 썼지만 미국이 워낙 쇠약해졌기 때문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고 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새로운 게임”이라고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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