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쯤이야..함께 외치는 "굿샷"

정석환 2021. 12. 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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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제약·MBN 한국시각장애인골프대회 with 서원밸리CC
추위에도 21명 열띤 샷대결
조현일·정현철, 전맹·약시 우승
10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에서 열린 `제1회 삼일제약·MBN 한국시각장애인골프대회 with 서원밸리CC`에서 한 출전 선수가 샷 방향을 점검해주는 서포터의 지도를 받으며 샷을 준비하고 있다. [파주 = 박형기 기자]
궂은 비와 쌀쌀한 날씨도 시각장애인 골퍼들의 뜨거운 열정을 막지 못했다.

'제1회 삼일제약·MBN 한국시각장애인골프대회 with 서원밸리CC'가 열린 10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 대회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골퍼 21명은 초겨울 추위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골프를 즐겼다.

시각장애인 골프대회가 공식적으로 열린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각장애인 골퍼들 역시 필드를 누빌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했다.

모처럼 대회가 열렸지만 라운드에 앞서 빗방울이 계속 떨어지면서 선수들이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 그친 덕분에 출전 선수들은 함께 "굿샷"을 외치며 그린을 누볐다.

많은 이들이 골프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시각장애인 골퍼들은 여기에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는 편견과도 싸운다.

이들이 이 같은 편견에 맞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서포터다. 시각장애인 골퍼들은 서포터를 통해 거리, 방향 등을 점검하고 샷을 날린다.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금주(B1 준우승), 정현철(B2 우승), 조현일(B1 우승), 주용환(B2 준우승) 선수. [파주 = 박형기 기자]
그린과 거리가 있는 티샷이나 세컨샷을 할 때는 서포터가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을 통해 방향을 알려준다. 퍼트를 할 때도 서포터가 시각장애인 골퍼 손을 잡고 볼이 있는 곳에서 홀까지 함께 걸으며 발자국 수로 거리를 점검한다. 이때 시각장애인 골퍼들은 발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그린 경사로 퍼트 감각을 조율한다. 라운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지만, 홀컵에 볼을 넣을 때 쾌감은 더욱 커진다. 라운드뿐만 아니라 식사 등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서포터가 돕는 만큼 서로 일심동체가 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시각장애인 골프다.

이날 대회는 B1(전맹)과 B2(약시)로 나뉘어 우승자를 가렸다. B1에는 7명이 출전했고, B2에서는 14명의 선수가 실력을 겨뤘다. 우승자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핸디캡 플레이를 혼합한 방식을 통해 정해졌다. B1에서는 조현일 선수가 117타(네트스코어 63)로 우승을 차지했다. B2 우승자는 103타(네트스코어 58)를 친 정현철 선수다.

조현일 선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B2등급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시력이 안 좋아지면서 B1등급이 됐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실내체육시설 이용에도 제한이 있어 운동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즐겁게 라운드를 했다"며 "눈이 더 안 좋아졌어도 점수와 상관없이 소풍 가는 느낌으로 즐겼다"고 말했다.

정현철 선수는 "이렇게 뜻깊은 대회를 열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예상치 못한 우승까지 차지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는 공정한 우승 경쟁을 위해 세계블라인드골프연맹(IBGA) 기준으로 핸디캡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B1과 B2 핸디캡의 최대치는 각각 54타, 45타다. 선수들은 이날 자신이 기록한 타수에서 핸디캡을 뺀 네트스코어로 우승자를 가렸다. 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는 "2007년부터 협회에 등록된 선수들의 핸디캡을 엄격하게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파주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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