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 협력 아닌 대결 이슈된 코로나
[경향신문]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코로나19 대응이 ‘협력’이 아닌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초당적으로 협력할 이슈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소상공인 지원액 기싸움과 코로나19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공방전이 길어지면서 차기 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코로나19 대응이 ‘통합의 정치’ 결과물이 될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코로나 사태가 대선 자체를 삼켜버릴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지 모른다. 국민이 불안하게 되면 불안 자체가 선거 패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코로나 초기였음에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다”면서 “일반적으로 국민 심리라는 것은 불안하게 되면 믿는 것이 결국 정부이고 변화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안 갖는 성향들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 위원장은 수 차례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적 약자 바로세우기가 ‘1호 공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별도의 위원회도 꾸렸지만 첫 회의 모두발언의 방점이 ‘코로나가 대선 표심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데 찍혔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의 손실보상 규모로 밝힌 100조원 공약을 두고는 그 취지보다는 숫자와 재원 논쟁만 도드라진다. 김 위원장과 윤 후보의 엇갈린 메시지도 이런 논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100조원은 윤 후보가 앞서 주장한 50조원과 2배 차이가 난다. 윤 후보는 이날 강릉에서 열린 청년소상공인간담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100조를 말씀했는데 코로나 (상황) 진전이 안 되면, 예를 들어 변종 바이러스로 더 확대되는 추세라고 하면 50조는 지난 8월 기준으로 말씀드린거고, 아마 재정이 더 투입돼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전날 손실보상 50조원 마련을 위한 빠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추경 관련은 현직 대통령의 소관이지 대선 후보가 얘기할 성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소상공인 지원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이번 정부 내 지원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강릉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소상공인 지원 재원에 대해 민주당이) 문 대통령을 설득해 (추경) 예산안을 제출시키고 거기 대해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거 아니겠나”라며 “제가 꼭 대통령이 돼서 시작을 안하더라도 이 정부가 이게 정말 좋구나 입장 바꿔서 하면 빨리 이 정부에서 실시하면 좋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당내에서도 내년도 본예산 통과 직후 추경을 하는 데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는 “그건 원론적 얘기”라며 “이건 소상공인들에겐 폭탄만 안 터지고 총소리만 안 들렸다 뿐 전쟁이고 비상시다. 국회와 정부가 비상한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과 윤 후보의 제안에 ‘뼈 있는 환영’ 기조에서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논의를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조금씩 틀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구상에 “진심이라면 환영”이라고 한 데서 이날 “공수표” “국난 인식 위태롭다”는 등 야당을 향한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이날 경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100조원 지원 얘기가 국민의힘에서 나왔으니) 내가 당선되면 그때 가서 하겠다, 선거 끝나면 하겠다고 공수표를 남발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나중에 뭘 하겠다는 말이야 하늘의 별인들 못 따주겠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번에 국회 임시회를 소집해 추경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현 정권이 5월 9일에 끝나는데 추경을 하냐 마느냐는 현 정부 상황일 뿐이라는 (김 위원장 발언은) 귀를 의심케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윤 후보께 묻는다. 김 위원장의 100조 지원 발언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 소신을 밝혀달라”고 했다.
코로나 대응이나 지원 방안을 놓고 여야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여야의 상호 공방전이 거칠어지는 데다 코로나19가 대선 국면에서 차별성을 드러내는 대결의 장이 되면서, 한 쪽이 물러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태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황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소상공인 지원이) 급하다고 생각했으면 민주당 추진 대책에 이미 반영했어야하는데 50조, 100조원이 선수를 빼앗긴 것 같으니 무임승차하려는 진정성 없는 제안”이라고 여야 논의에 선을 그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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