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시대 맞아 절박했던 포스코..최정우, 지주사 전환 용단

류정민 기자 2021. 12. 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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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12명 전원 찬성.."혁명적 변화 맞은 현시점이 경영구조 재편 최적기 공감"
내달 28일 임시주총 거쳐 내년 3월 공식 출범, 이차전지소재·수소 등 사업 다각화
2019년 현장 경영에 나선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항제철소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포스코가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한 가운데,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탈탄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경영진의 절박함이 있다.

이날 포스코는 철강사업을 물적분할해 '포스코'를 신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두는 내용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철강사업 신설 법인인 '포스코'를 포스코케미칼,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같은 선상에 두는 방식이다.

지주사 전환 결정에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포스코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포스코센터 서관에서 열린 이사회에는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12명의 이사회 이사 전원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분할계획서를 승인했다.

화석연료에 크게 의지해 온 철강 산업은 탈탄소 시대를 맞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아예 생산량을 줄여야 하거나, 기존 설비를 전면 교체해 나가야 하는 등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포스코도 정부의 탄소중립에 보조를 맞춰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공정으로 100% 전환하겠다는 등의 대응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지난 수십년간 주요 철강사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소환원제철이 기존 설비를 교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술적으로 공정의 성공적인 도입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철강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 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을 아우르는 그룹사로 거듭나기 위해 이전부터 지주사 전환을 고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포스코는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 기술혁신 가속화, ESG 경영 강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지속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라며 "이를 가장 성공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및 투자 관리를 전담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주사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시점이야 말로 경영구조 재편에 최적기라는 이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다"라며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 육성해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실제 포스코는 지주사 전환과 함께 Δ철강 Δ이차전지소재 Δ리튬·니켈 Δ수소 Δ에너지 Δ건축·인프라 Δ식량 등 7개 사업을 그룹의 핵심 기반사업으로 선정하는 내용의 2030 중장기 성장전략도 함께 발표하며, 사업 다각화의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중장기 성장전략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를 기반으로 그룹의 균형 있는 성장을 가속화해 기업가치를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철강사업과 관련, 국내에서는 2030년까지 사회적 감축 10%를 포함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총 20% 절감을 목표로 2조원을 투자해 탄소중립 생산체제 구축에 나선다. 탄소중립의 첨병인 수소환원제철은 2030년까지 국책과제를 통해 포스코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모델 HyREX(하이렉스)의 데모 플랜트를 구축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동시에 석탄 사용 저감 기술과 신규 전기로 도입 등을 통해 저탄소 제품 요구에 대응하고, 친환경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 향후 2022년부터 2030년까지 평균 13%의 영업이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2030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현재 510만 톤의 조강 능력을 2310만톤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은 7%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차전지소재 사업에서는 양·음극재 생산능력을 현재 약 11만5000톤에서 2030년 68만톤까지 확대하고, 선도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탑티어(Top-Tier)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차전지소재의 원료인 리튬과 니켈 사업은 자체 보유한 광산·염호와 친환경 생산 기술을 통해 2030년까지 리튬 22만톤, 니켈 14만톤의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제조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 사업에서는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2조3000억원, 생산 50만톤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년간 사업을 고도화해 2050년까지 연간 700만톤의 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LNG, 암모니아, 신재생에너지 등 수소경제와 연계한 사업을 확대한다.

건축·인프라 분야는 2030년 친환경 수주액 4조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로에너지빌딩, 모듈러 건축 등 친환경 분야의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수소생산 플랜트 및 그린뉴딜 연계 해상풍력 플랜트 사업도 확장해 친환경 인프라 기반의 지속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미래사업과 관련해서는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 아래, 벤처투자를 그룹의 신사업 발굴 채널로 지속 활용함과 동시에 유망 벤처기업을 글로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으로 육성한다는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누계 8000억원의 펀드 출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포스코의 출자액과 외부 벤처펀드 자금을 합한 펀드 결성 총액은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 성장 비전.(포스코그룹 제공)© 뉴스1

포스코가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작용했다.

포스코는 "유망 신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철강 중심 기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스코는 물적분할 방식의 지주사 전환이 향후 자회사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특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코는 "철강회사의 비상장 유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신설 청강회사의 정관에 '제3자 배정, 일반 공모' 등 상장에 필요한 규정을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그룹 사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 자회사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지양하고 지주사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내년 1월28일 포스코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물적분할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하고,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분할안건이 가결되면 2022년 3월1일, 지주사체제의 포스코가 공식 출범한다.

이달 2일 경북 포항 동해면에서 열린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공장 준공식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포스코케미칼 제공)© 뉴스1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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