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인데 프리미엄이 억대'..규제 피하자 '수십만 몰렸다'
청약통장 필요없고 추첨제에 양도세 없이 전매 가능
주택 수 산정에 포함 안돼 보유세 중과 맞지 않아
집값 전망 혼조세에 투자처 찾지 못한 시중자금 몰려
시장 냉랭한 분위기에 프리미엄 급격 하락 주의해야
대출과 세금 규제로 신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산 투자 자금이 민간장기임대주택으로 몰리고 있다. 나왔다 하면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임차권에 수천만 원에서 억 원대의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 치솟은 전셋값에 살 곳을 구하려는 실거주 수요에다 각종 규제와 세금을 피하기 위한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면서다. 각종 규제에 수요가 억눌리면서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민간임대아파트마저 틈새 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장기 임대 단지로 최근 분양에 나섰던 ‘도봉 롯데캐슬 골든 파크(282가구)’의 임차권이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4,000만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 9일 당첨자를 발표한 곳으로 당첨자 발표 즉시 임차권에 웃돈이 붙었다.
이 단지는 임대보증금이 8억 5,000만~8억 9,000만 원 선으로 인근 기축 아파트 전셋값보다 최대 3억 원가량 높아 고가 전세 논란이 일었다. 신규 전세대출이 어려운 와중에도 중도금대출 등을 통해 임대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서울 내 민간임대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수요가 몰렸다. 당첨자 발표 직후 프리미엄이 한때 억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뿐 아니라 올해 전국의 민간임대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민간 분양 아파트를 넘보는 수준이다. 지난달 경기 동두천시에서 공급된 동두천 중흥S-클래스 헤라시티는 466가구 모집에 16만 6,169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357 대 1을 기록했다. 역대 민간 임대 청약 경쟁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경기 용인시에서 공급된 수지구청 롯데캐슬 하이브엘 민간임대의 경우 715가구 모집에 약 16만 명이 몰리며 완판됐다. 이달 6일 청약 마감한 민감임대아파트 ‘제주 애월 남해 오네뜨’의 청약 최고 경쟁률은 무려 2,464 대 1이었다. 24가구 모집에 기타 지역에서 6만 명가량이 몰렸다.
민간임대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8~10년의 임대 의무기간 종료 후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준다는 점이다. 일부 단지의 경우 청약 시 미래 분양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도봉 롯데캐슬 골든 파크의 경우 전용 84㎡의 분양 예정가가 14억 원대 중후반이다. 현재 인근의 시세보다 비싸더라도 8~10년 뒤 지금보다 집값이 오를 경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임차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민간임대 청약의 경우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추첨제로 청약을 넣을 수 있다. 다른 대안 주거 상품인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과 달리 전매할 때 양도세가 붙지 않는 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권을 소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첨 후 주택으로 잡히지 않아 최근 무섭게 오른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도봉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상 다주택자의 투자처가 막힌 상황인데 민간임대는 세금 부담에서 자유로워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당초 예상했던 2억 원가량의 프리미엄에서 많이 내려온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민간임대아파트도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과 같이 공급 부족에 따라 일종의 대안 주거 상품으로 주목 받는 만큼 투자 목적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경기도 동두천과 광명의 집값이 소폭 하락하는 등 수도권에서도 집값 전망이 혼조세를 보이는 만큼 웃돈에도 급격한 변동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당첨자 발표 직후 수천만 원, 억 원대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가 매수세가 끊기면 하루 만에도 피가 내려앉는 모습이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R114 센터장은 “민간임대 수요는 나중에 분양 전환해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인데 아파트 투자 열기가 식다 보니 대체 투자 상품인 민간임대는 더 빠르게 열기가 식을 수 있다”며 “분양 전환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만큼 단기 투자가 아닌 실거주 수요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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