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ESG 경영은 자본주의의 미래다

오수현 2021. 12. 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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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완 / 존 엘킹턴 지음 / 정윤미 옮김 / 더난 펴냄 / 1만7000원
지난달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0여 개 참가국들은 2040년까지 무공해 자동차 판매를 100%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약에는 볼보, 다임러, 재규어&랜드로버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도 동참했다. 수익만을 추구할 것 같은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지속가능성을 향해 전환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을 경영학계에 처음 제시한 경영학자 존 엘킹턴의 신간 '그린스완(Green Swans)'은 ESG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이 대세로 떠오른 현시점에 미래 자본주의 모델을 제시하는 책이다. 비즈니스위크는 2004년 엘킹턴을 가리켜 '30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동을 이끌어 온 주역'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저서 '세상을 바꾼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은 2008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참석자 전원에게 배포됐다.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그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이번 저서에서 제시하는 그린스완은 블랙스완의 해피엔딩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블랙스완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킨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뉴욕대 교수가 2007년 월가의 허상을 파해친 동명의 저서에서 제시한 이 개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각광받았다. 엘킹턴은 블랙스완이 비극과 파국을 몰고 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결국 경제적·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그린스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ESG경영이다. 지구는 기후변화와 쓰레기로 몸살만 앓다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인류는 결국 해법을 도출해 낼 것인데 여기에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게 그린스완적 사고다. 이런 측면에서 일론 머스크는 그야말로 그린스완의 화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세계적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휘발유·디젤차와 미래 자동차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통해 자동차 업계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저자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향해 "자본주의 개념을 완전히 새로 정립하라"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 자본주의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애덤 스미스의 자본주의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한다. 그만큼 현 상황이 전환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의미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래 자본주의의 모습은 다소 모호하고 흐릿하다. 다만 전에는 언제나 후순위에 머물러 있었을 상생 협력, 빈부격차 해소,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다 보면 결국 몰락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은 책을 읽는 기업인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촌철살인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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