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스마트폰,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이용익 2021. 12. 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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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 제니 오델 지음 / 김하현 옮김 / 필로우 펴냄 / 1만6000원
생산성이라는 지표가 우리네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이후로 바쁘게 사는 삶이야말로 올바른 삶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경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심해졌다. 자유 시간, 휴식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네트워킹을 하고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잠자리에서까지 소셜미디어 계정을 들여다보는 자신의 모습에서 불안함을 느낀 것은 비단 기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신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관심을 도구로 삼아 이윤을 챙기는 소셜미디어 중심의 관심경제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저자 제니 오델의 주장은 단순하다. 우리의 관심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관심경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정말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곳은 작고 네모난 스마트폰이 아니라 실제 세계의 시공간이라는 것이다. 이 단순한 주장은 이미 미국에서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가 추천한 올해의 책이 되기도 했다.

앞 문단에서 몇 번이나 반복했듯이 '관심(attention)'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볼 키워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관심경제는 인간의 관심을 도구화해 이윤을 얻는다.

타임라인을 피드(feed)라고 부르는 것 역시 말 그대로 내 의식의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분노와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사이사이 배치된 광고로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고, 나는 관심을 대가로 지불한다.

저자는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이웃과 동네 도서관, 자연환경처럼 가까이에 있지만 관심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오델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 당시 가짜뉴스를 벗어나기 위해 장미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새를 관찰하는 일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 경험이 책 곳곳에 녹아나온다. 이런 일들은 요즘 우리 관점에서 볼 때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결코 무기력한 도피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이 되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찾아보는 서치(search)와는 달리 새가 내는 소리에 집중해야 새를 관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 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제목과 달리 역설적으로 적극적인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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