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견인 승부수..포스코, 지주사 전환 먹힐까

박종오 2021. 12. 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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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이사회, 지주회사 전환 의결
철강업 떼어내 신사업 재평가 유도
주가는 4.6% 내려
포스코 포항제철소.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핵심 사업인 철강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고 기존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비철강 분야 신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10년 내 주가를 지금의 3배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시장 반응이 주목된다.

포스코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존 포스코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다른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사업 활동을 지배하는 회사)인 ‘포스코홀딩스’로 바꾸고,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철강업 자회사 ‘포스코’를 새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그룹 매출의 50%(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철강 생산과 판매는 자회사에 넘기고 포스코홀딩스는 미래 사업 개발, 그룹 사업 관리 등을 전담할 계획이다.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 뒤 지배구조. 포스코 제공

이는 포스코가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통 산업인 철강 기업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다 보니 포스코가 추진 중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 수소 사업 등 성장 사업도 도매금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회사 쪽 관계자는 “연간 영업이익이 4조원가량이었던 지난 2007년 주당 70만원을 찍었던 주가가 지금은 그 2배가 넘는 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 사업회사를 지주사의 100% 자회사로 분리하는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한 건 지배력 유지 필요성과 비용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기존 포스코 주주들이 보유 지분율만큼 철강업 자회사 주식을 나눠 받는 ‘인적 분할’ 방식을 선택하면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자회사 지분율이 13%가량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또 상장 기업을 인적 분할을 하면 분리된 모·자회사 모두 재상장을 하는데, 내년부터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의무 보유해야 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이 ‘30% 이상’으로 올라가는 부담이 생긴다. 포스코홀딩스가 철강 자회사 지분 17%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포스코는 철강, 전기차 배터리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및 식량, 미래 사업 발굴 등 7대 핵심 사업 계획을 담은 ‘2030 성장 전략’을 함께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 기업가치를 지금의 3배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포스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58% 내린 주당 28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포스코가 지금도 철강 사업을 하며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사업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철강업 자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한다면 지주사 전환 뒤에도 기업가치 측면에선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다”면서도 “투자자들은 포스코홀딩스가 언젠가 철강 자회사를 상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한 거로 보인다”고 짚었다.

현재 증시에 상장돼 있는 포스코홀딩스뿐 아니라 100% 자회사로 분리되는 포스코도 향후 상장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이 염려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엘지(LG)화학,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한국조선해양 등이 주력 사업을 100% 자회사로 물적 분할한 뒤 자회사 상장을 추진해 모회사 주가가 지지부진한 사례가 있다.

포스코 쪽도 이런 반응을 염두에 두고 지주회사 아래 철강 자회사 등 신설 회사의 상장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철강 자회사의 정관에 상장 관련 규정도 넣지 않기로 했다. 회사 쪽은 “기존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까지 앞으로 거쳐야 할 절차가 더 있다. 포스코는 다음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기업 분할은 상법상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이어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포스코 주주는 국민연금(지분율 9.75%), 씨티은행(7.3%), 우리사주조합(1.41%), 이외 소액주주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철강 자회사의 잠정 분할일은 내년 3월1일로 정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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