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유예' 생명과학Ⅱ 문항, EBS 교재에도 유사 오류 있었다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수능 생명과학Ⅱ 문항을 둘러싼 첫 법정공방이 열린 12월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집행정지를 신청한 수험생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심문이 끝난 뒤 법정에서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문항의 ‘출제 오류’를 둘러싼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당 문항과 유사한 문제 오류가 수능 공식 연계교재에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재 집필진은 오류를 인정하고 문제를 수정했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수험생들의 잇단 문제 제기에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사상 초유의 정답 효력 정지와 공란 처리된 성적표 배부로 대입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출간된 ‘EBS 2022학년도 수능완성 과학탐구영역생명과학Ⅱ’ 본문 107쪽의 하디·바인베르크 평형 관련 8번 문제와 해설 40쪽에 있었던 이 문제 해설에 오류가 있었다. EBS는 수험생으로부터 오류 지적을 받고 9월 15일 이를 정정했으며 강의 내용도 수정했다.

지난 8월 이 문제 오류를 발견하고 EBS 게시판에 문의한 사람은 고교 3학년 수험생 임모(19)군이다. 그는 연합뉴스에 ”생명과학Ⅱ 문제 수가 적다 보니 여러 조건을 많이 연습해야 하고 EBS 교재는 많이 볼 수밖에 없다“고 오류를 찾아냈던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EBS는 '내용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9월 15일 이를 바로잡는 정오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숫자도 고쳐 제시해 문제에 모순을 없앴다.

이 문항은 이번 수능에 출제돼 오류 논란 끝에 법원에서 정답 효력이 정지된 문항과 풀이 과정이 흡사하다. 특히 문항에서 제시된 조건이 불완전해 모순이 생긴다는 점이 같다. 하지만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 문항에 대해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출제 오류 주장이 제기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뉴시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전날 수능 성적 채점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EBS연계 교재의 오류를 인지했는지 질문에 “EBS 교재에 똑같은 문항에 오류가 있다고 하는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충분히 해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이날 오후 3시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수험생들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이달 2일 교육과정평가원의 정답 결정을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이를 먼저 심리한 재판부는 전날 본안 소송 판결까지 정답 결정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