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3주기, 이재명·윤석열·심상정의 각기 다른 추모법
[경향신문]
고 김용균씨 3주기를 맞이한 10일 여야 대선 주자들은 모두 고인을 추모하고 산업안전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방식은 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면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선대위 대변인 명의 논평을 냈다. 김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윤 후보와 심 후보는 각각 기업 경영 의지 위축과 경영자 책임 강화라는 상반된 이유로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씨는 20대 비정규직 노동자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김씨 사망 사건 여파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논의가 일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3주기 추모전시회를 관람한 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면담했다. 이 후보는 “일하러 왔다가 죽으면 되겠나. (산업재해의 심각성이) 제 몸에 박혀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린 시절 고무공장에서 일하다 동력 벨트에 손가락이 휘감기는 사고,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프레스에 왼쪽 팔뚝이 찍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후보는 김 이사장이 “노동자가 조금 실수한다고 해서 사람이 죽으면 안 되지 않나. 실수해도 살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하자 “실수 안 해도 되는 현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 중 하나가 가혹한 근로조건들이 근로자들의 주의력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라며 “사측이 산업안전 관련 규정들을 미준수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들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한 근로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이미 입법단계에서 논의됐던 거라 지금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김씨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이나 행보는 하지 않았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고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국민들이 안전한 세상, 적어도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위험의 외주화’를 종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지난 2일 노동자 3명이 바닥 다짐용 롤러에 깔려 숨진 안양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나 사업주,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다 함께 주의를 기울이고 철저하게 해야할 것 같다”며 “유사 사고에 대한 확실한 예방책이 무엇인지 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동자의)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나게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다”고 말해 사고 원인을 노동자 탓으로 돌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개정 의견을 피력했다.
심 후보는 지난 7일 충남 태안에서 열린 김씨 3주기 현장추모제에 참석해 김미숙 이사장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더 이상 탐욕스러운 노동에 우리 청년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일을 이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며 “지금까지 싸워왔던 여러분들과, 김미숙 동지와 두 손을 굳건히 잡고, 일하다가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김용균 없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영자 책임을 묻지 않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놓고, 이 공범들은 마치 자기 책임 다 한 양 또 표를 달라고 노동자들 앞에 서고 있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를 김용균이 살아 움직이는 대선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 9일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회복지 비전선포대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을 50인 이하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3년 유예가 됐는데 50인 이하 기업에서 많은 사고가 나오는 이유가 안전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처벌만으로 해결될 게 아니라 원청업체나 작은 업체가 안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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