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클라이밍 교육현장 르뽀] "스포츠 클라이밍 첫 걸음, 게임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어요"

이창훈 2021. 12. 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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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과 체력증진 효과 '클라이밍 붐' 학교 체육수업으로 이어져
모바일 게임 과몰입 해소 위해 개발..참여 학생들 반응도 열광적

성장판 자극 효과와 ‘몸짱’ 열풍 타고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인 20여만

지난 여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조마조마하게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국가대표 서채현 선수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7월 2020 도쿄올림픽에서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킨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 선수의 등반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녀린 몸매와 팔다리로 다이나믹하게 암벽을 올라 관중을 열광시킨 서 선수는 ‘암벽 천재’로 떠오르며 스포츠클라이밍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일으켰다.

클라이밍은 신체의 모든 근육과 관절을 사용해야 해서 성장기 청소년들의 신체 균형발달과 성장판 자극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용히 붐을 일으키고 있다.

성인들에게는 다이어트와 ‘몸짱’ 열풍을 타고 동호인이 20여만 명으로 늘었고 실내외 인공암벽도 전국 300여 곳에 설치됐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클라이밍은 특히 ‘첫 시도’가 어려운 운동이다.

관심은 있어도 첫 걸음을 어떻게 떼야할지 모르는 청소년들을 위해 서울시가 지난 5월 마포구 상암동에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를 건립했다. 국내에서 첫 에베레스트 14좌 완등 기록을 세운 고 박영석 대장의 기념관을 겸한 곳이다.

하지만 워낙 이용자가 많이 몰리다보니 예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클라이밍에 관심이 모아지자 체육수업 교과로 택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현재 전국 초중고 20여 곳에 설치된 클라이밍 기초 훈련 교재는 ‘증강현실(AR) 클라이밍’이다. 인공암벽에 AR 체험 효과를 가미해 게임처럼 클라이밍을 즐기게 해주는 장치다.


게임 참여와 응원으로 학급 전체 일체함 형성하는 체험

서울 강동구 풍납동 풍성중학교는 한 달전 AR클라이밍 시설을 도입했다.

“자, 먼저 손 올리고 발목 돌리고...몸 풀기 준비운동부터 시작해요.”

송파구 풍납동 풍성중학교 고한웅 선생님이 AR클라이밍 수업에 앞서 아이들의 수업진행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이 학교 1학년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고한웅 선생님은 학생들이 과욕을 가질까 봐 경각심을 주는데 만전을 기했다.

아이들이 폭 4m, 높이 3m 안팎의 인공암벽 앞에 서서 손을 흔들자 암벽에 모바일게임 화면처럼 화려하고 입체적인 이미지가 펼쳐졌다.

AR클라이밍은 빔 프로젝터를 통해 인공암벽을 다양한 환경으로 변화시킨다.

얼음과 낙석이 떨어지는 에베레스트 산과 상어가 출몰하는 심해저, 스파이더맨이 활약하는 빌딩숲 속에서 게임의 주인공이 되게 해준다.

상황에 몰입해 암벽의 홀더(잡거나 디딜 수 있는 돌출부)에 매달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암벽의 상하좌우를 종횡무진하게 된다.

아이들이 암벽에 매달리자 머리 위나 발 아래에 작은 동그라미 모양의 불빛이 깜박거린다.

그곳을 터치하면 게임처럼 경쾌한 신호음이 울리면서 점수가 올라간다. 그렇게 점수를 기록하려고 한동작 한동작에 몰입하는 아이를 뒤에서 바라보는 친구들이 일제히 “왼쪽 위를 잡아. 아래로 발을 뻗어”라며 열렬히 응원한다. 학급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일체감이 형성됐다. 게임시간 1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지나간다.


“수업시간 외에도 즐길 수 있고, 1대1 경쟁 게임도 나왔으면”

“처음엔 암벽에 매달리는 걸 겁내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AR클라이밍이 워낙 게임처럼 몰입도가 높다보니 그 다음부터는 다들 너무 재밌어 하더라구요. 시간은 짧아도 운동량이 많다보니 혹시라도 무리가 올까봐 준비운동을 철저히 시키고 있습니다.”

고 선생님은 한 달 동안 AR클라이밍으로 체육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임시간이 1분인데, 준비운동과 대기시간을 감안하면 40분 수업동안 20명의 아이들이 한번씩 밖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수업시간에 따라 30초, 40초 단위로도 게임시간을 변경해서 설정할 수 있게 하면 수업진행이 원활할 것 같아요.”

고 선생님은 앞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수업을 위해 필요한 개선점을 모니터링해 개발업체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풍성중학교 체육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AR클라이밍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박 모양은 수업시간 밖에 이용할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처음엔 벽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요. PC방처럼 게임을 할 수 있는 오락시설이 생기면 친구들과 꼭 이용해보고 싶어요.”.

김 모군은 여느 모바일 게임처럼 1대1 대결로 승부를 가릴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했다.

“운동이 아니라 게임 같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팔다리가 뻐근해서 꽤 힘든 운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만약 2명이 서로 경쟁하는 게임이 나온다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 특유의 박진감과 몰입감이 특징...AR클라이밍 콘테스트도 추진

AR클라이밍의 개발자는 성광제 한국체육대학교 특임교수다.

성 교수는 클라이밍 장비업체에서 오랫동안 개발업무를 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창업하고 AR클라이밍 생산에 뛰어들었다.

“교육에 관심을 갖다 보니 무엇보다 모바일 게임에 너무 빠져 있는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핀란드에서 개발돼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AR 클라이밍을 보고 ‘바로 저거다’라는 느낌이 왔고 한국의 게임과 드라마 등 K-콘텐츠 특유의 몰입감과 박진감을 가미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죠.”

AR클라이밍은 게임처럼 몰입감 있게 진행되며 센서를 통해 참여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어느 근육이 많이 사용됐는지 분석한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제공한다.

성 교수가 창업한 AR클라이밍 개발업체 아스포즈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서로 사옥에 AR클라이밍 체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맞춰 청소년과 성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AR클라이밍 콘테스트’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이창훈기자·영상=손성봉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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