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만가구 1034조원' 주택분양보증, '내 집 마련' 안전하게 도왔다
강수지 기자 2021. 12. 10. 15:08
내 집 마련은 모든 국민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분양계약한 아파트의 사업자가 갑자기 부도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때 내 집 마련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이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분양보증이다.
HUG는 지난 27년 동안 608만가구를 대상으로 1034조원의 주택분양보증을 발급했다. 보증사고 사업장에 대한 보증이행을 위해 공사비용과 분양대금 환급 등으로 4조2684억원을 지출, 33만가구의 재산과 '내 집 마련의 꿈'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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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분양보증 전담기관이다. 주택분양보증은 사업주체가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아파트 준공을 책임지거나 분양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급의 환급을 책임지는 보증이다. 1993년 도입됐으며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하는 경우 주택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72%(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이르기에 주택분양보증의 중요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주택분양보증이 가장 빛을 발했던 때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건설업체 도산 등 주택분양보증 사고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건설산업의 영향으로 경제위기 시점에 특히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 번의 사태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IMF 금융위기는 민간 사업자인 주택사업공제조합이 주택분양보증을 전담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이 주택분양보증을 취급했다.
IMF 금융위기 당시 주택사업공제조합은 민간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무분별한 대출을 관리하지 못했고 주택분양보증 사고금액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폐지됐다. 반면 2008년 금융 위기에 대한주택보증은 2조3639억원에 달하는 보증이행을 통해 국민의 소중한 재산권을 지키고 사회안전망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분양계약자 보호와 주택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미치는 주택분양보증을 누가 담당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익추구보다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기업이 분양보증을 취급하면서 위기상황에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국민의 '내 집 마련 꿈'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은 공기업으로 2014년 전환한 이후 지난 9월말 기준 7조500억원의 여유자금을 확보, 다음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갑)은 "2011년부터 지난 7월까지 발생한 주택분양보증사고는 총 51건, 사고금액은 2조7766억 원에 불과했다"며 "2011년과 2012년에는 주택 공급이 과도하게 이뤄져 준공 후 미분양된 주택이 3만가구, 전체 미분양 주택 재고가 6만~7만가구에 달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전체 사고 건수가 51건에 불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중심으로 구축한 주택분양보증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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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분양보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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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분양보증 시장에 경쟁 원리 도입 필요성이 언급되며 시장개방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분양시장 개방이 국민에 대한 혜택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는 주택분양보증의 국민의 기본권리인 주거 및 재산의 보호를 위한 공공재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주택분양보증을 하는 이유는 수분양자 보호다. 민간 사업자가 진입하면 수익 위주의 보증 취급으로 대기업 위주로 보증이 개편 되는 등 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택분양보증 시장 개방 시 신규 보증기관이 저위험 고수익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우려도 있다"며 "시장개방으로 경쟁이 과열되면 신규·기존보증기관의 자산건전성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주택분양보증시스템 전반의 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 의원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선 2번의 위기를 통해서 주택분양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HUG를 중심으로 주택분양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정적인 시장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성급하게 주택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하기보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해 HUG 중심의 안정적인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고 HUG의 주택분양보증 수수료율 추가 인하나 중소형 업체에 대한 특례보증 방안 신설, 사회주택 등에 대한 보증 확대 노력을 통해 HUG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은 주택분양보증 시장 개방을 논의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주택은 국민경제와 서민 주거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강력하므로 HUG의 주택시장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HUG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주요 내용은 주택분양보증 50%, 전세보증금반환보증 70~80%, 임대보증금보증 70% 등 서민 지원 효과가 높은 주요 보증의 보증요율을 대폭 인하했다. 개인채무자 지연배상금을 40∼60% 감면하고 전세보증 임차권등기 대행, 주거약자 주택분양보증 우선 보호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증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HUG는 지난 1년간 65만가구에 대해 3140억원의 보증료를 할인했고 1758명 개인채무자에게 26억7000만원의 지연배상금 감면해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했다.
HU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임대보증금보증 등 보증료 할인을 연말까지 6개월 연장하고, 분양보증 등 보증료율을 약 10% 인하하는 등 주택공급 활성화 지원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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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지 기자 joy8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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