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MBC 기자들 "양찬승 사장, 공정방송 비전 제시하라"

최승영 기자 2021. 12. 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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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MBC지회 성명 "산재, 환경, 원전 보도 사라져"
양찬승 사장 "편성이나 보도에 관여 안해"

한국기자협회 포항MBC지회가 양찬승 사장 취임 후 뉴스에서 지역언론의 소명과 공정 방송의 가치가 외면되고 있다는 우려를 밝히며, 보도부장 교체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회는 지난 8일 사내 게시판 등에 ‘포항MBC 양찬승 사장 박근혜 적폐 시절로 회귀하나’란 제하 성명을 게시하며 양 사장에게 “포항MBC가 지역 언론의 소명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즉시 보도부장을 교체하고,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과 함께 MBC의 금과옥조인 공정방송의 비전을 제시하라”고 밝혔다.

8일 포항MBC 사내 게시판에 게시된 성명.

성명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이모 보도부장 직무대행이 직을 맡은 후 포항MBC 보도부에선 취재기자의 리포트 제작 요구가 데스크에 의해 묵살되는 일이 잇따랐다.

10월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60대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숨진 리포트 제작이 거절됐다. 같은 달 18일 포항 철강 공단에서 20대 청년 노동자가 숨진 사고는 단신보도도 나가지 않고 유가족 제보마저 묵살됐다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리포트로 제작됐다. 이틀 후인 20일 독도 해상에서 어선 침몰로 9명이 실종되는 사고 리포트가 제작되지 못했다. 11월15일엔 지진 4주년 주민 피해 리포트 대신 시청 홍보성 기사 제작이 종용되기도 했다. 리포트 제작이 거절된 사유는 ‘그림이 없다’ ‘관할이 아니다’ ‘시간·인력이 없었다’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뉴스 대신 가십성 기사가 주요하게 편집되는 데 기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10월21일엔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서 발생한 용오름 현상, 11월17일엔 모 배우의 안동대 대학원 지원 사실이 뉴스화 됐다.

지회는 성명에서 “취재기자는 리포트를 제작하겠다고 자청했지만 데스크는 요구를 거절했다” “피해주민의 목소리는 외면 당했고 포항시 홍보성 리포트가 제작됐다” “가십성 단신이 주요 기사로 편집됐고, 노동과 환경, 원전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언론의 소명과 공정 방송의 가치는 무시됐고, 데스크를 맡은 보도부장은 어떠한 능력과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기자들은 지난 3월 양찬승 사장 취임 후 보도 기조가 급격히 달라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회는 성명에서 “지난해 보도부가 제작해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한 다큐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사내 금기어가 됐다”면서 “포스코의 노동환경 문제를 심층 고발해 지역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었다는 외부 평가와는 달리 사장은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보도 기조가 바뀌기 전인 ‘그 쇳물 쓰지 마라’ 방영 당시 보도책임자였던 전임 보도부장은 현재 경주로 발령이 나 있는 상태다.(관련기사: 포항MBC의 포스코 직업병 실태 다큐, 성역에 맞서다)

특히 취임과 더불어 이뤄진 김모 보도부장 인선 후 앞서 지적한 보도들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김모 보도부장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로 사내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판정 등을 거쳐 대기발령 중이다. 이에 따라 현 보도부장 직무대행이 지난 9월말부터 직을 맡아오고 있다. 김모 보도부장은 후배기자 2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해 여부를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양 사장은 성희롱 사건 시 피해자와 개별 면담에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키며 공식 사과문을 냈고 본사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포항MBC 사장, 한 달 넘도록 손 놓다 뒤늦게 사과)

포항MBC 홈페이지 캡처.

기자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양 사장에게 면담 요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 답변이 돌아왔다. 보도와 제작의 총괄책임자인 최모 보도제작국장과 두차례 면담에서 ‘보도부 제작자율성은 보장되고 있다’ ‘보도부에 간섭하지 않는다’ ‘문제제기를 이해 못하겠다’ 등의 답을 들은 기자들은 양 사장에게도 면담 신청을 했지만 ‘부장·국장과 얘기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미쁨 포항MBC 지회장은 “산재 리포트를 안하고 뉴스가 연성화되는 등 노동, 환경, 원전을 다루는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조직적인 어떤 의도가 의심되는 상황인데 대화조차 거부하니 수개월을 참다가 공론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노조 집행부와 면담 요청을 했는데 (사장이) 이마저도 거절을 한 상태라 향후 대응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찬승 사장은 10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성명과 기자들 요구에 대해 “MBC는 단협에 따라 보도의 문제나 기자들의 의견을 공방위나 노사협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MBC 전통에 따라 기자회(지회)에서 그 절차를 면밀히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사장은 경영을 하는 사람이다. 뉴스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보고 편성이나 보도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기한 문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절차에 따라 검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면담을 거절한 사유에 대해선 “공식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지 몇몇 사람의 사적인 통로로 해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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