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 비와의 전쟁..항공기·드론까지 동원된 첫 전방위 인공강우 실험현장 가보니

평창=조승한 기자,이혜란 기자 2021. 12. 10. 13: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국립기상과학원 인공강우 실험
이달 7일 오후 강원 평창 대관령면 구름물리선도관측소에서 드론을 이용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연구원이 드론을 옮기고 있다. 드론은 아래에 요오드화은 연소탄을 장착해 하늘에 오른 후 구름 씨앗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은 입자를 뿌린다. 평창=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7일 오후 12시 30분 눈이 흩날리는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구름물리선도관측소에서 막대 폭죽 같은 모양의 요오드화은 연소탄을 장착한 드론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드론이 150m 상공까지 올라 흐린 하늘 속에 점만큼 작게 보이자 딱 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드론에서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장기호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조절실용화팀장은 “대기 중에 입자를 뿌려 구름 속 수증기를 응결시키면 인공강우가 내리게 된다”며 “항공기와 지상 연소장비를 이용해 요오드화은을 뿌려 강원도 남부와 경북 북부 지역에 인공강우를 내리게 하는 게 이날 실험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상에서부터 구름 아래 하늘, 구름 속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인공강우 실험이 7일 오후 대관령 일대에서 펼쳐졌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 작은 물방울 뭉치게 하는 '구름 씨앗'을 뿌려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비가 오게 하고 비가 올 때는 비의 양을 늘리는 기술이다. 구름 씨앗으로는 영하의 날씨에는 요오드화은이, 영상일 때는 염화칼슘이 활용된다.

지상 요오드화은 연소장비와 항공기 실험, 드론까지 합류한 것은 이번 시험이 처음이다. 드론은 남북 방향으로 약 200m를 수차례 왕복했다. 초속 5m 북동풍을 타고 요오드화은이 최대한 퍼질 수 있도록 바람 방향과 수직으로 움직였다. 연소탄은 한번 점화되면 3분 30초간 16g의 요오드화은을 작은 입자 형태로 분사한다. 약 1억 개의 요오드화은 입자가 공기 중에 퍼진다.

드론은 이륙한 후 하늘에서 연소탄을 터트려 요오드화은을 살포한다. 평창=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드론 실험이 이어지는 동안 대관령 위 해발고도 2000m 상공에는 김포공항에서 1시간 전 출발한 비행기가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 기상청이 2019년부터 항공실험과 관측에 활용하기 위한 도입한 기상항공기다. 연소탄 24기를 장착한 기상항공기는 총 네 차례 남북을 오가며 요오드화은을 구름 속에 뿌렸다. 살포가 완료된 후에는 바람을 따라 날며 공기 중 물방울의 크기가 달라졌는지 분석한다. 항공실험이 끝난 후에는 지상 연소장비에서 요오드화은을 뿌리는 실험이 이어졌다. 보일러실 연통 형태의 장비는 실험 한번에 연소탄을 최대 12개 순차적으로 터트려 입자를 퍼트리도록 설계됐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눈이 비로만 바뀌었을 뿐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인공강우 실험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비인지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최소 이틀 걸린다. 대관령 관측소와 함께 바람 방향에 위치한 평창군 용평 관측소 강수채수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모델과 비교해 잠정 결과를 낸다. 한 달 후 공식 결과를 확인한다.

기상항공기가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구름 속을 날고 있다. 기상항공기는 양 날개에 요오드화은 연소탄 12발씩 총 24발 장착가능하다. 이날 기상항공기에는 임윤규 국립기상과학원 융합기술연구부 기상조절실용화팀 연구사와 써니항공의 이석근 기장, 최재영 기장, 김지선 씨, 안승재 씨가 탑승했다. 국립기상과학원 제공

기상청은 지난해 인공강우 사업을 기상청 공식 업무로 지정하고 산불과 가뭄예방, 미세먼지와 안개 저감을 목표로 기본계획을 마련해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기상과학원은 지난해 35회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해 23차례 증우에 성공했다. 실험에서는 평균 1.5mm의 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장 팀장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산에 1mm 비가 내리면 대형 산불이 번지지 않는다”며 “인공강우 실험지역인 충남 보령댐에 1mm의 비가 내리면 16만 t의 수자원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는 인공강우를 실험을 넘어 적극적으로 기상을 조절하는 데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연평균 강우량이 100mm에 불과한 아랍에미리트(UAE)는 2017년부터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수행해 올해만 200번이 넘는 실험을 진행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올해 7월 1일 인공강우를 통해 비를 내린 결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봤다고 지난달 26일 중국 환경분야 학술지 ‘환경과학’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기상연구대학연합(UCAR)에 따르면 전 세계 37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올해 한국에서는 이날을 비롯해 서해안과 경기 화성 궁평항, 충남 보령댐 등에서 지상 연소장비 실험 20회, 항공기 실험 21회가 실시됐다. 내년까지 실험을 이어가 3년간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강우를 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목표다. 장 팀장은 “인공강우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어느 정도 대응에 나설 수 있는 효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인공강우 실험을 수행중인 국립기상과학원 융합기술연구부 기상조절실용화팀의 모습. 왼쪽부터 김선희 주무관, 김민후 연구원, 장기호 팀장, 황현준 연구원. 평창=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

[평창=조승한 기자,이혜란 기자 shinjsh@donga.com,ra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