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뇌종양 수술받아도 군 면제 아니다?
뇌종양 수술을 받은 한 남성이 병역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사연이 한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종양 진단서를 올리며 "지난해 뇌종양 진단을 받아 수술을 했고, 지금은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면서 "지난 3월 4급 판정이 나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썼습니다. 해당 글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공분이 일었습니다.
정말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도 병역 의무를 해야 하는 것인지 팩트체크했습니다.
일단 병무청에 질의서를 보내 위 게시판 글이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병무청은 "특정인에 대한 신체검사 결과는 개인정보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위 남성의 사연과는 별개로, '뇌종양 수술을 받았을 경우' 일반적인 신체검사 판정 원칙을 취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판정 원칙을 묻는 질문에 병무청은 "뇌종양 양성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거나 시행한 경우, 신경학적 결손이 없으면 4급으로 판정한다. 실제 유사 판정 사례가 있다"고 썼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다 병역 의무에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복무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정말 그런지, 신체 등급 분류 기준이 적힌 '병역 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 '병역신체검사규칙'을 직접 찾아봤습니다.
검사 규칙 신경외과 항목을 찾아봤습니다. 종양이 생긴 위치, 크기, 수술을 했다면 결손 면적 등 여러 기준에 따라 급수 기준을 세세하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1~3급은 군대에 가는 '현역', 4급은 사회 복무요원과 같은 '보충역', 5급은 전쟁이 났을 때만 복무하고 사실상 군 복무가 면제되는 '전시근로역' 입니다.
수술 치료를 받았더라도 종양이 뇌의 어느 조직에 생겼는가, 혹은 신경학적인 장애나 결손이 생겼는가에 따라 등급 판정이 다릅니다. 가령, 뇌 연부 조직에 종양이 생겨서 수술 치료를 받았는데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징병검사 전담의의 판단에 따라 3급 판정을 받고 현역 복무도 할 수 있었습니다.
병무청은 "뇌종양 양성의 경우, 그 종류에 따라 필요한 치료 및 예후 등 임상적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 검토 뒤 신체 등급 판정 기준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은팀이 뇌종양 수술을 받고 병역 복무한 사례를 취재하던 중에 판결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받고 현역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뒤늦게 면제 등급임을 알게 돼 전역조치를 받으면서 국가에 소송을 낸 사례인데, 국가가 이 남성에게 5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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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검사 전담의사가 적용한 평가 기준은 …… '개두술을 시행한 경우 중 골유합이 안 된 경우'는 4급에 해당하고, …… '양성 종양으로 경도의 두개골 변형이 있는 경우'는 2급에 해당하는데, 만약 피검사자가 두개골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개두술을 한 상태로서 두개골 변형이 남아 있는 정도였다면, 위 각 조항을 적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 원고의 경우에는 당초에 두개골에서 종양이 발병하였지만 중추신경계에 포함된 뇌막에까지 전이되어 침투된 상태였다가 종양 제거술 및 두개골 성형술을 받고 이 사건 신체검사 당시 약 2개월가량 지나 항암 치료를 계속 받고 있던 상황으로서 종양의 추가적인 전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므로 …… 평가 기준을 잘못 해석하여 신체등위 4급 판정을 하였으므로 이는 위법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47468, 2018. 10. 19.
다만, 판결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뇌종양 수술을 받았는데도 군 면제를 안 시켜줘서 국가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검사의가 종양의 심각성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잘못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위 판결문에는 수술을 했더라도 기준을 4급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보다 검사 규칙이 느슨했던 2012년에도 뇌종양 수술 이후 군 복무가 가능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당시에도 뇌종양 수술 그 자체가 군 면제 사유가 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팀은 "뇌종양 수술 받아도 군 면제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현역 복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절반의 사실'로 판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은팀은 사실이다, 아니다 판정하고 넘어가고 말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정서에는 불안감이 깔려 있습니다. 위 사연에 대한 가장 많은 반응은 "이게 나라냐"였습니다.
최근 군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해 현역병 입영 대상 인원을 확대시키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신체검사 기준을 완화시키는 방안이었습니다. 지난 2월에도 검사 규칙이 개정됐습니다.
가령,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뇌종양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는 '중추 신경계 종양' 항목에서 '양성'이면 5급 판정을 내렸지만, 이번에 개정된 규칙은 '신경학적 결손이 없을 경우' 4급 판정을 내리도록 바꿨습니다. 병무청은 사실은팀의 질의에 대해 "이번 개정은 국민 인식 개선과 의학분야 발전을 고려해서 전문가의 검토 결과를 반영했다"고 답했습니다.
체력 기준이 완화되면, 자연히 입영이 예정된 장병들 입장에서는 사고 위험성은 커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군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데 있습니다. 병무청의 설명대로 의학은 발전하고 있지만, 지금도 군 장병들은 제때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군대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완치 환자라도, 문제가 있던 부위가 머리라면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뇌종양 수술 환자라도 군대에 갈 수 있다" 혹은 "법리적으로 문제 없다"는 반박은, 사실 중요한 게 아닙니다. 법리적으로는 '사실'일지 몰라도, 이런 반박은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불안감을 상쇄하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저출산, 인구 감소 등이 병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모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군 의료체계 개선 속도가 신체검사 기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런 문제 제기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군 당국도 떠 도는 정보의 사실성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청년들의 정서를 먼저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을 판정하는 것을 너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분들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인턴 : 송해연, 권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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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병역 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47468, 2018. 10. 19. 판결
감사원,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 분석> 감사 보고서, 2021년 7월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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