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라디오 개조 능력자'가 이어준 디지털 세상

박동미 기자 2021. 12. 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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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로 보고, 듣고, 말하는 것 그 이상을 구현하는 시대.

라디오는 아날로그의 상징이자, 레트로 장식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때에 '라디오 키즈'란 말은 어떻게 들릴까.

그러나 한때 이 라디오는 대중매체의 왕좌를 차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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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키즈의 탄생 | 김동광 지음 | 궁리

스마트폰 하나로 보고, 듣고, 말하는 것 그 이상을 구현하는 시대. 라디오는 아날로그의 상징이자, 레트로 장식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때에 ‘라디오 키즈’란 말은 어떻게 들릴까. 어떤 세대엔 정겨움보단 낯섦이 앞선다. 게다가, 금성사 A-501 라디오라니. 혹시 과학소설(SF)에 등장하는 우주선 이름이냐고 물어올지도. 그러나 한때 이 라디오는 대중매체의 왕좌를 차지했었다. 디지털 세상의 신인류들에겐 옛날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책은 1959년에 탄생한 ‘국산 최초’ 라디오 ‘금성사 A-501’을 둘러싼 사회문화사를 살핀다.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라디오 ‘기술’에 방점이 있다. 이것은 언론과 방송학이 주축이 된 선행 ‘라디오 연구’와 차별화한 지점인데, 과학기술사회학자인 저자는 특히, 이제껏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자작 문화’(직접 라디오를 만드는 것)를 개인의 경험과 1차 문헌 등을 통해 더듬어 나간다. 여전히 라디오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책에 따르면 자작 문화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미래적인 기술 문화다. 왜냐하면 언제나 혁신이나 발명은 자작 문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1960∼1970년대 세운상가와 전파상 덕에 수많은 과학도가 꿈을 키워 나갔고, 농촌과 도시에서 유선방송이 붐을 일으키는 데는 라디오를 개조할 줄 알았던, 농촌의 ‘라디오 소년’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보다 앞서 일제강점기엔 ‘장사동 키드’가 있었는데, 이들은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격동의 시기에 장사동과 광복동의 일제 부품과 미군 폐품 시장을 뒤져 자작 무선기기를 조립했다. 그러면서 책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당시 컴퓨터 자작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들이었다고 강조한다.

사회의 고달픈 굴곡과 함께한 1960∼1970년대의 자작 문화는 한국인에게 중요한 집단적 경험을 남겼다. 폐품에서 빼낸 부품으로 스스로 라디오를 조립해서 방송 수신에 성공하고, 버려진 무전기를 고쳐 멀리 다른 대륙에 전파를 보낼 수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 등 한 세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빚어진 특징은 여전히 많은 이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중 하나만 꼽자면, 그것은 세상의 새로운 소식을 듣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다른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는 그 자체다. 228쪽, 1만 5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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