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놓고.. 고개 들어 지저귀는 새를 보라

오남석 기자 2021. 12. 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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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좋아요’ 집착… 소외될까 두려워

잠시도 SNS에서 벗어나지 못해

인간·인간, 인간·자연 연결통해

삶 재정비하는 진지한 시간 절실

‘관심경제’에서 한발짝 떨어져야

내가 위치한 ‘진짜세계’ 바라보면

소셜에 빼앗긴 통제권 찾게 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며 스탠퍼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제니 오델에게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전후한 시간은 악몽과도 같았다. 일상을 장악한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된 가짜 뉴스와 이를 둘러싼 다툼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오델과 그의 동료들 역시 하루 24시간 소셜미디어의 끝없는 먹임(feeding)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분노하고 좌절하고 허우적댔다. 극적인 반전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2017년 초,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찾아왔다. 집에서 5분 거리의 장미 정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문득 깨달았다. “이게 진짜다.”

오델의 첫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원제 How to do nothing)은 이처럼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빼앗으려 하는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에 대한 비판서다. 관심경제는 인간의 관심을 이용해 이윤을 취한다. 관심이 곧 돈이 되는 구조인 만큼, 소셜미디어는 관심을 묶어두기 위해 분노와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방치하는가 하면 알고리즘을 활용해 중독을 유발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수익을 내기 위해 사용자 간의 분열과 불안을 방치했다는 내부자 폭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용자들은 쉼 없이 이어지는 전투에 참전하지 않으면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the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내몰린다.

이런 관심경제에 맞서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시류에 몸을 맡기자는 의미는 아니다. 더 이상 조바심 내지 말고, 거대 소셜미디어에 빼앗긴 우리 관심의 주권과 통제권을 되찾자는 얘기다.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포모)’을 ‘기회를 놓쳐야 할 필요성(NOMO·the neccesity of missing out)’으로, 또는 영 마음이 불편하다면 ‘가끔은 기회를 놓쳐야 할 필요성(NOSMO·the neccesity of sometimes missing out)’으로 다시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 일종의 행동계획인 셈이다.

저자는 ‘장소 인식(placefulness)’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제시한다.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상의 공간’으로, 시공간적 맥락이 제거된 ‘가짜 세계’가 아닌 내가 위치한 ‘진짜 세계’로 관심을 옮기자는 얘기다. 내 아파트 베란다를 방문하는 새, 집 근처를 흐르는 강,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 동네 공원이나 도서관이 갖고 있는 저항의 역사 등 ‘가까이에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것이 현실 도피나 은둔,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1960년대 서구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반(反)문화적 코뮌 운동이 실패로 끝난 것을 사례로 들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실수이자 무책임이라고 말한다. 대안은 하이브리드적 대응, 다시 말해 ‘한 발짝 떨어지기’다. “한 발짝 떨어지는 것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외부자의 관점을 갖는 것이다.” 틈틈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에세이라는 정체성은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비판의 초점이 신자유주의의 무한 착취 구조와 디지털 세계의 관심경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듯한 산만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이 겪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출발해 우리 시대에 대한 통찰로 나아가는 과정은 매우 설득력 있다. 특히 극단적이고 허무한 결론으로 치닫지 않고 실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 것은 저자의 의도대로 많은 사람의 참여와 행동으로 이어질 법하다. 352쪽, 1만6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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